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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질식사 ‘등록금 알바생’ 끝나지 않은 시련

등록 2011-08-03 08:28

사고 한달 지나도록 보상 해결 안돼 장례 못치러
경찰 “이마트-설비업체 계약 복잡해 수사 지연”
지난달 2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냉방설비를 수리하다 동료 3명과 함께 질식사한 서울시립대생 황승원(22)씨의 장례가 사고 한 달이 지나도록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려줄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족과 냉방설비 업체, 이마트 사이에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사건을 수사중인 일산경찰서는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산업안전보건공단, 가스안전공사의 현장 조사 결과가 모두 나왔지만 냉방설비 업체인 트레인코리아와 이마트 사이의 복잡한 계약 문제, 트레인코리아 내부의 책임 미루기 등으로 인해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국과수는 죽은 4명의 노동자를 부검한 뒤 사인을 ‘산소 결핍에 의한 질식사’라고 확인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가스안전공사의 조사 결과도 ‘환기가 안 된 상태에서 작업자들이 다량의 냉매 유출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으로, 국과수의 결론과 거의 같다. 결국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마트 기계실의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트레인코리아가 제작한 냉방설비의 냉매가스가 새어 나와 산소를 차단하면서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사고의 원인은 간단하지만 이마트와 트레인코리아 사이의 계약관계가 복잡해 책임 공방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월 말 이마트 탄현점에 냉방설비를 공급한 트레인코리아는 당시 이마트 쪽과 ‘트레인코리아가 설비를 설치·운영하는 과정에서 작업 환경 안전성 평가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상으로는 이마트 기계실이 환기가 안 됐다면 이마트 쪽에 환기시설을 갖추도록 권고할 책임이 트레인코리아 쪽에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트레인코리아와 이마트 쪽의 책임자가 결정되면 양쪽을 모두 불러 계약서를 펼쳐놓고 조사한 뒤 어느 한쪽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트레인코리아 쪽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트레인코리아 관계자는 “전세계에 같은 냉매를 사용하는 냉방설비가 10만대 넘게 운영되고 있는데 설비 때문에 질식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어느 곳에 문제가 있었는지 내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쪽은 “아직까지 경찰로부터 부검 결과 등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일단 경찰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숨진 황씨의 이모부 정응호(57)씨는 “승원이를 한 달째 냉동고에 넣어둔 채 경찰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고 보상 논의도 잘 되지 않아 유족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환기가 안 돼 사람이 4명이나 죽었다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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