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주변 담벼락에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을 붙이고 있다. 전국적인 전세난으로 대학가 인근 원룸 등이 잇따라 월세로 전환되면서 개강을 한 달 남짓 앞둔 대학 주변에선 전세 물량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금감원 ‘대부업체 40곳 조사’ 결과
별다른 심사조건도 없이 등록금 고충 대학생 공략…1년새 대출액 40%나 늘어
연체율도 높아 15% 달해 “학자금 410만원 꿨는데 매달 이자 16만원 낸다”
별다른 심사조건도 없이 등록금 고충 대학생 공략…1년새 대출액 40%나 늘어
연체율도 높아 15% 달해 “학자금 410만원 꿨는데 매달 이자 16만원 낸다”
김은혜(24·여·가명)씨는 지난해 2월 대학 등록 마감일 두 주를 남기고 대부업체에서 학자금 410만원을 대출받았다. 김씨는 아픈 홀어머니를 대신해 생활비를 벌고 있던 처지였다. 대부업체는 연 49%의 고금리를 적용해 매달 이자만 16만원씩 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생계 문제로 수업에 빠진 탓에 2년 동안 다닌 대학에선 제적을 당했고, 새로 시험 쳐서 들어간 대학에서는 이런 전력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대학생활 내내 빚에 찌들어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 박아무개(54)씨는 최근 아들이 대부업체 여러 곳에서 빌린 돈 3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만 가까스로 갚았다. 박씨는 “대부업체 중복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던 아들의 빚이 2년 동안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3000만원이 됐다”며 “갚을 능력도 없는 대학생한테 돈을 빌려주고 이자놀이를 한 대부업체가 괘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신용 상태가 깨끗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주요 고객으로 공략하면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의 고리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은 전체 신용대출의 80~90%를 차지하는 대부업체 40곳의 대학생 대출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4만7945명이 794억6000여만원의 돈을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3만494명이 565억8000여만원을 대출받았던 것에 견줘 인원은 57.2%, 금액은 40.4%나 늘어난 것이다. 대출 용도는 학자금(42.1%)이 가장 많았고, 생활비(24.8%)와 다른 대출 상환(7.0%)이 뒤를 이었다.
연체율도 11.8%에서 14.9%로 급등했다. 대부업 전체 연체율 7.2%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불어 연체 금액도 66억원에서 118억원으로 77.5%가 늘어났다. 이는 대학생들이 수입은 없으면서 대부분 법정 최고 한도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한선은 지난해까지 연 44~49%였다가 지난 7월부터 39%가 됐다. 게다가 대부업체들은 500만원 이하 소액 대출에 대해서는 변제능력 심사를 할 의무가 없어서 간단한 신분증 서류만으로 대학생 대출을 해주는 사례가 흔하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양일남 팀장은 “대부업체들이 시장을 키우면서 별다른 소득이 없는 대학생과 주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소득이 없는 대학생을 일단 빚의 굴레에 묶어 원리금 독촉을 하면 결국 부모나 형제, 친인척한테 돈이 나오기 마련이라서, 전형적인 ‘약탈적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과 케이블방송 등에는 ‘대학생 학자금 대출’과 ‘전업주부 대출’을 앞세운 대부업 광고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또 대출 승인율은 이미 신용등급이 악화된 뒤 대부업체를 찾는 회사원(22.15%)보다 학생(26.01%)이나 주부(23.70%)가 더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대부금융협회를 통해 대학생 대출을 자제하고 부모나 다른 제3자에게 빚 갚기를 강요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대부업체 240곳에 지도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지도 공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세라 김지훈 기자 seraj@hani.co.kr
대학생들의 대부업체 대출 및 연체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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