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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워킹맘 ‘방학이 괴로워’

등록 2011-08-05 20:36

아이 맡길 곳 찾아 동분서주
2주 쉬어도 유치원비 ‘그대로’
초등생은 체험활동 공들여야
삼시세끼 챙기기도 만만찮아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게 여름방학은 ‘고난의 시기’다. 아이 맡길 곳 알아보랴, 시간을 쪼개 식사와 숙제까지 챙겨주랴 해마다 ‘한여름 방학 전쟁’을 치른다.

8년차 직장인 고아무개(34)씨는 다섯살짜리 딸이 다니는 사설 어린이집이 최근 2주간 방학에 들어가면서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 동분서주해야 했다. 남들처럼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면 좋겠지만, 고씨는 그럴 처지가 못 된다. 친정과 시댁이 각각 경남 마산과 창원으로 서울에서 너무 멀어서다. 구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는 육아도우미 서비스도 알아봤지만, 인원이 너무 적게 배정돼 당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고씨는 “결국 개인적으로 육아도우미를 구했다”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될 텐데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방학 때는 워킹맘들의 금전적 부담도 더 커진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방학을 해도 원비는 한달치를 모두 내야 하는데다, 방학 동안 육아도우미 비용까지 들어간다. 이아무개씨(32)는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쉬는데, 유치원비를 깎아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으냐고 원장에게 말했다가 아이보다 돈만 챙기는 엄마 취급을 받았다”고 억울해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서아무개(36)씨는 “학원장이 방학 중에는 과목당 하루 1시간씩 연장수업을 한다기에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학원비를 20만원이나 올렸더라”며 “교육청에 문의하니 ‘학원법 위반’이라고 하던데,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선 신고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방학 때 해야 할 ‘숙제’와 ‘체험활동’도 워킹맘들에겐 괴로운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유아무개(37)씨는 “요즘 방학숙제는 ‘달팽이, 토끼, 초파리 등을 키우며 관찰일지를 쓰라’는 등 한 달 내내 공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그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박물관·미술관 체험활동까지 해야 해 등골이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왜 엄마들이 방학 숙제를 사교육업체에 맡기기까지 하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방학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를 위해 세끼 식사와 간식 등을 챙기는 것도 고민거리다. 네살짜리와 초등학교 1학년 두 딸을 둔 정아무개(39)씨는 “방학 중 식습관 교정이라도 하려면 같은 재료라도 매번 다르게 만들어 주는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여름철이라 상할까 봐 반찬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지도 못하니 끼니때마다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이렇게 해마다 ‘방학 전쟁’을 치르다 보니, 워킹맘들은 방학 때만 되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정씨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돈대로 더 많이 들고, 제대로 보살피지도 못하고, 일은 일대로 지장을 받는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전업주부로 나서는 게 더 나은 게 아닌지 매번 방학 때마다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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