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침수피해를 당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에 나선 방송인 김제동(오른쪽 세번째)씨가 함께 복구작업을 한 시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제동씨, ‘구룡마을에서 또 빡세게 한번 굴러볼까요’
트위터에 멘션 올리자 공감한 시민들 자원봉사 활동
트위터에 멘션 올리자 공감한 시민들 자원봉사 활동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아이고~ 수박 먹고 해도 안 늦어.”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판자촌인 구룡마을 이아무개(65·여)씨 집 앞에선 주민과 자원봉사자 간에 기분 좋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내린 폭우로 무너져버린 이씨네 안방 벽을 복구하려고 흙을 나르던 젊은이 5~6명은 주민들의 거듭된 권유에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물었다. 이들의 얼굴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홀로 살고 있다는 집주인 이씨는 “이렇게 번번이 와서 쓰레기도 치워주고, 도와주니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이 침수피해를 당한 구룡마을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구룡마을은 1200여가구 중 500여가구가 물난리를 겪었다. 이날 방송인 김제동씨를 비롯해 배우 한지민, 가수 간미연씨 등 유명인과 80여명의 시민들은 온종일 삽질을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마을 복구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 5일 김제동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구룡마을에서 또 빡세게 한번 굴러볼까요’라는 내용의 멘션을 올렸고, 이에 공감한 이들이 주말 휴식을 반납하고 마을로 모여든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김제동씨와 시민 150여명이 이 마을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주민 김원심(63·여)씨는 “평일에도 대학생들이 일손을 거들겠다고 마을로 온다”며 “이런 시민들 덕분에 복구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마을회관 주변에서 잠시 쉬고 있는 봉사자들을 바라보던 한 주민은 “저 사람들이 갖다준 약품이 보건소에서 보낸 약보다 10배는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주민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은 처음 맞아보는 반가운 손님이기도 하다.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은 늘 외부와 단절된 ‘섬’이었다. 정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미관 개선을 이유로 다른 지역의 무허가 주택을 마구 철거했고, 갈 곳이 없어진 영세민들이 이 구룡산 자락에 몰려들어 마을을 이뤘다.
이날로 구룡마을을 세번째 찾은 김제동씨는 “주민들 간에도 마찰이 있고, 구룡마을에 대해 여러 시선이 있는 것을 안다”며 “다만 혼자서 쓰레기를 못 덜어내시는 어머니들을 돕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저녁에라도 집이 무너지면 사람이 죽는다”며 “(돈)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가려낸 뒤 도와야 될 문제는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글·사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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