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방송 모니터링 보고서
“여성 역할 고정관념은 안변해”
“여성 역할 고정관념은 안변해”
지난 1년 동안 티브이 광고 속에서 이승기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식료품회사 광고), 원빈은 설거지를 하며(밥솥 광고), 유재석은 빨래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고민(세제 광고)했다.
이렇게 ‘전통적인 남성상’이라는 틀을 깬 광고가 크게 늘면서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지수는 낮아진 반면, 광고 속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배포한 ‘2010 방송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1주일 동안 3개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2046개를 대상으로 남녀 고정관념지수를 조사한 결과, 남성의 고정관념지수가 여성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관념지수는 전통적 가부장주의나 성차별에 기초한 내용은 +1, 고정관념을 벗어난 내용은 -1로 측정해 합산한다. 양(+) 수치가 높을수록 고정관념이 많이 반영됐음을, 음(-) 수치가 높을수록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음을 뜻한다.
조사 결과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지수는 -0.922로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많이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성은 +2.388로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히 광고에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수 분포를 보면, 남성은 -6~+5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여성은 -2~+8로 남성에 견줘 광고 속 모습에서 다양성이 크게 떨어지게 표현됐다.
연구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연구진은 “남성은 능력 위주의 강하고 무거운 모습에서 예쁘고 감성적이며 가정적인 인물로 상당수 대체되고 있다”며 “이는 사회 변화에 맞게 가부장제 남성상이 다양한 양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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