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내분비계 장애우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수증에서 생식계 등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에이(A)’가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 지역에서 발행되는 영수증과 순번대기표, 은행 자동입출금기(ATM) 거래명세표 27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89%인 24종이 비스페놀 에이를 0.8~1.7% 함유하고 있고 접촉할 때에도 비스페놀 에이가 미량 묻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비스페놀 에이는 생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며, 적게 노출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최근 안전관리 강화 움직임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폭 20㎝, 무게 1g인 대형마트 영수증의 경우 비스페놀 에이가 최고 17㎎ 들어 있었다. 몸무게가 60㎏인 어른의 경우 비스페놀 에이의 하루 섭취 허용량은 3㎎인데, 이의 5배가 넘는 양이 검출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것은 용지로 사용되는 감열지에 비스페놀 에이를 발색촉매제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감열지에 대한 안전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접촉 시 묻어나오는 비스페놀 에이의 양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무해한 수준으로 판단되지만, 접촉이 많은 영수증 업무 담당자와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습성이 있는 아기나 어린이가 있는 가정 등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영수증 등에 함유된 비스페놀 에이로 인한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감열지에 비스페놀 에이를 쓰는 것을 금지하는 안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사업자에게도 비스페놀 에이가 없는 용지를 사용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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