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뒷돈주고 160여건 건네받아
속보=채권추심을 위한 불법 개인정보 유출에 전·현직 검찰 수사관들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동사무소 직원까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경기 고양지청 전 수사관(7급) 유아무개(38)씨가 검찰말고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동사무소에서도 채무자들의 주소 등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유씨가 건보공단 ㄱ지사에 근무하는 ㅎ아무개(4급)씨와 서울 ㅂ동사무소 직원 ㄱ아무개(8급)씨에게 각각 휴대전화와 80만원을 주고 각각 40여건과 120여건의 개인정보를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유씨가 13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2억5천만원의 헐값에 사들인 뒤 채무자 16명과 그 가족들에 대한 불법 채권추심을 통해 4억~5억원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경찰청으로부터 채권추심 피해자들의 신원조회 기록 1만9천여건을 받아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가운데 400여건 이상이 불법 채권추심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6명도 피해자들의 신원을 조회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기소중지자 확인 등 업무 목적의 조회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유씨는 서울 남부지검에 근무하던 2000년 4월 채권추심업자인 송아무개(45·여)씨를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뒤, 고양지청으로 근무지를 옮긴 2003년 6월께 송씨와 손을 잡고 ‘ㅇ자산’이라는 불법 채권추심업체를 만들었다. 유씨는 이때부터 60여 차례에 걸쳐 직접 채무자와 그 가족들의 신원정보를 빼내 채권추심에 나섰다. 그는 2003년 10월께 뇌물 사건으로 검찰에서 해임된 뒤에는 서울 남부지검 ㅎ아무개(34·8급), 서울 중앙지검 ㅇ아무개(7급), 고양지청 ㅇ아무개(40·7급)씨 등 자신의 전 근무지에서 알게 된 검찰 직원들을 통해 정보를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건 지휘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진상 자료’를 내 “경찰이 처음에는 유씨의 협박, 주거침입 등 불법 추심에 관해서만 수사했으나 오히려 검찰이 주소 등 개인정보 취득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하도록 지휘했다”며 “‘제 식구 감싸기’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밝힌 구속 이유만으로는 처벌 규정이나 판례에 비춰 범죄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일부 혐의는 이미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며 구속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