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도 과거사 사과했다 경찰도 하는게 어떻겠냐”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 소장이 11일 과거사에 대한 경찰의 공식 사죄를 제안했다. 그는 이날 경기도 용인 경찰대에서 치안정책과정 연수를 하고 있는 총경 30명을 대상으로 벌인 ‘과거사 청산과 민족문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숨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수십년 전의 나치 협력과 수백년 전의 마녀사냥에 대해 사과했고, 몇 년 전에는 문인단체들도 선배 문인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며 “반민특위 습격 등 반민족 행위에 대해 스스로 사과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요청하는 과거사 청산은 누구를 단죄하거나 누구를 편들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다만 과거의 과오를 바로 세워 미래의 귀감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통해 경찰은 오히려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제안에 대해 이병진 경찰청 보안국장은 “경찰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발적으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라며 “민간인이 주축인 위원회가 내리는 결론에 따라 경찰청 차원의 사과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의 강의를 듣던 한 총경은 “나치 시절 정보 형사의 활동을 그린 영화 등을 보면서 과거 독재정권의 일부 경찰들도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일부 잘못된 과거에 대해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공표만 안 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스스로의 반성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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