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길 공동사용포기 6개월 분쟁 매듭…새 길 착공
‘두 가족 한 대문’에서 ‘두 가족 두 대문’이 된 이유는?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 자락에 나란히 자리잡은 채 수십년 동안 ‘한 대문’을 사용해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한국자유총연맹이 6개월여의 승강이 끝에 ‘따로’ 대문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부임한 개혁 성향의 이재정 전 국회의원은 조직의 쇄신과 위상 재정립을 선언했다. 그 차원에서 자유총연맹의 진입로도 빌려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헌법기관이 대표적인 보수우익단체와 같은 대문을 쓰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민주평통은 그동안 자유총연맹의 진입로를 쓰는 대가로 옆에 붙어 있는 자기네 땅 400여평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자유총연맹은 이 땅을 외교사교클럽인 서울클럽에 임대해줬고, 서울클럽은 이를 테니스장과 주차장으로 써왔다.
자유총연맹은 민주평통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쾌해하며 “서울클럽과 직접 해결하라”고 떠넘겼다. 민주평통은 서울클럽에 시설물 철거와 땅 반환을 요구했으나, 서울클럽은 “진입로가 테니스장과 주차장을 침범하는 만큼 공사 중 소음·먼지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라”며 거부했다. 양쪽은 서로 “불법 점유” “국가기관의 횡포”라고 맞섰다. 지난달 말에는 민주평통이 행정대집행을 신청하고, 서울클럽이 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철거를 막으려고 해 물리적인 충돌 직전까지 갔다.
밀고 당기기 끝에 양쪽은 지난 8일 가까스로 합의를 했다. 서울클럽은 임대한 땅을 즉시 돌려주고, 민주평통은 서울클럽의 진입로 이용 보장과 함께 공사 기간 중 안전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민주평통은 11일 새 진입로 건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진 민주평통과 자유총연맹, 민주평통과 서울클럽의 앙금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순혁 기자, 김다슬 인턴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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