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끝난 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였던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과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이튿날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두 사람의 묘한 인연 때문이었다.
이날 낮, 한진중 청문회가 잠시 정회되자 홍영표 의원이 청문회장 옆 소회의실에서 고 박창수 한진중 노조위원장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박 위원장 등 한진중에서 희생된 3명의 사진을 차례로 조남호 회장에게 들어보이며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은 뒤였다. 홍 의원은 “박 위원장은 1991년 대기업노동조합연대회의(연대회의) 사건으로 나와 같이 구속됐던 7명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이범관 의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당신이 바로 그 홍영표냐”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당시 이 사건을 맡아 지휘했던 대검 공안과장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연대회의 사건은 대기업 노동조합의 전국적 연대를 꾀하다가 1991년 주요 관련자 구속으로 사실상 조직이 와해됐던 사건이다. 홍영표 의원은 이 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박창수 위원장은 수감 도중 부상을 입어 입원했다가 병원에서 의문사했다. 이범관 의원은 “워낙 전국적인 사건이라 대검에서 다뤘다. 홍 의원은 당시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라고 기억했다.
두 사람은 술자리에서 이렇게 뜻을 모았다.
“이것도 인연 아니냐. 한진중공업 사태는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보자.”(이범관)
“당시엔 시대적 상황 속에 서로 처한 입장이 달랐지만, 이번엔 제대로 중재 역할을 잘 해내서 원만히 끝나도록 했으면 좋겠다.”(홍영표)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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