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한옥마을의 경기전(사적 제339호)을 내년부터 유료화할 계획이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현재 무료인 경기전 입장료를 내년부터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씩 받고, 전주 시민에게선 요금의 50%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그동안 경기전이 어진(왕의 초상화)이 봉안돼 있는 왕실 사당임에도 불구하고 무료 관람으로 통제가 어렵고 가치도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고 설명했다. 시는 조선시대 각종 제례를 재현하고, 경기전 안의 전주사고 건물에 실록 사본을 채우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시는 오는 24일 ‘경기전 유료화 및 콘텐츠 확충’ 토론회를 열어 유료화 방법·시점 등을 다루고 올해 10월께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관람객 감소와 한옥마을 이미지 훼손 등을 이유로 유료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전에서 바둑·장기를 즐기는 근처 노인들이 쉼터를 잃을 것으로 보여 반발이 예상된다. 시민 박아무개(47)씨는 “수십년 동안 주민들의 부담 없는 쉼터였던 곳을 유료화한다는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행정서비스 향상은 말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성인 전주시 문화재담당은 “지난해 11월 어진박물관이 경기전 안에 들어섰고 앞으로 콘텐츠를 더욱 확보해 내년 상반기에 유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안에 있는 왕실사당 경기전에는 태조·세종·영조·정조·철종·고종·순종 등 조선시대 왕 7명을 모사한 초상화가 있는 어진박물관이 지난해 문을 열었다. 박물관 수장고에는 1872년 다시 그린 이성계 어진(보물 제931호)이 보관돼 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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