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건강권 실태조사
정신과 진료 제대로 못받아
정신과 진료 제대로 못받아
교도소나 구치소 등 구금시설 수용자 10명 가운데 3명은 또래 집단에 견줘 자살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인권의학연구소에 의뢰해 12개 구금시설 수용자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금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구금시설 수용자의 26.9%는 ‘벡(Beck) 자살생각척도’ 점수가 9점 이상으로, 같은 연령대 집단보다 자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벡 자살생각척도’는 정신심리 조사로, 9점 이상을 받으면 또래 집단보다 자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고, 15점 이상이면 매우 많이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여성 수용자(23.3%)보다 남성 수용자(28.2%)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32.2%)가 기결수(25.1%)보다 자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의 15%인 135명은 15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상황이 심각했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조사 대상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45건 가운데 자살이 14건으로 사망 원인의 31.1%를 차지했으며, 자살 사건의 절반 이상인 8건이 미결수들이 있는 구치소에서 발생해 조사 결과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수용자들은 제대로 된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었다’고 대답한 92명 가운데 52%는 전혀 진료를 받지 못했고, 28.3%는 ‘진료를 받았으나 너무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응답했다.
조사를 진행한 인권의학연구소 쪽은 “구금시설 수용자의 건강권을 위해 의료제도를 정비하고 정신건강을 위한 진료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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