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아침 청와대 인근 인왕산 정상에 정리해고 철회 펼침막이 내걸렸다. 사진. 노동과 세계
시민 4명 인왕산 정상 등반 ‘펼침막’
경찰 27개 중대 풀어 전철역과 등산로 검문
경찰, 한진중 앞 물포 쏘며 시민 해산 시도
경찰 27개 중대 풀어 전철역과 등산로 검문
경찰, 한진중 앞 물포 쏘며 시민 해산 시도
[현장 4신] 28일 오전 10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인왕산 등반로가 있어요.”
28일 새벽 3시. 기적처럼 한 주민이 희망버스 시민들에게 인왕산 등반로를 소개해 주었다. 웬만한 등반로는 경찰이 모두 통제하고 있을 것 같아 사실상 인왕산 등반을 포기해가던 차였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에 모여 있던 희망버스 시민들 중 네명은 ‘정리해고 철회’라고 적힌 펼침막을 준비해 주민이 알려준 인왕산 등반로로 향하기 시작했다.
새벽 5시 50분. 서울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역에는 이미 경찰이 배치돼있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경찰이 검문검색은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마을버스 O번을 타고 종로구 무악동으로 향했다. 주민이 알려준 OO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인근 비밀 샛길을 찾았다.
그곳에도 이미 경찰 1개 중대가 배치돼 검문검색을 펼치고 있었지만 마침 경찰이 미처 배치돼지 않은 길목에 폭 1m의 작은 샛길이 하나 더 있었다. 시민 4명은 그곳을 통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사복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작전을 짰다. 뭉쳐서 등반하지 않고 20미터씩 떨어져 걷기로 했다. 남녀 시민은 서로 부부인것처럼 위장했다. 다행히 경찰은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검문을 하지 않았다.
1시간여 올랐을까. 인왕산 정상이 보였다. 시계바늘은 아침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상에는 능선을 따라 방패를 든 전투경찰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인왕산에 오른 희망버스 시민 이아무개씨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몇분이 흘렀을까. 전경들이 서서히 이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곧바로 ‘정리해고 철회’ 펼침막을 꺼내들었다. 건너 편에 청와대가 보였다. 청와대를 향해 3분여 동안 펼침막을 내걸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경찰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도망치듯 인왕산을 내려왔다. 그렇게 청와대와의 짧은 소통이 마무리 됐다.
인왕산을 내려오자 검문검색은 강화돼 있었다. 한 입산로에서 한 주민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내가 만날 등산하는 곳인데”라고 소리치며 경찰과 다투고 있었다. 홍제역에 다다르자 아예 경찰은 홍제역 모든 출입구를 막고 한명 한명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었다. 무악동의 한 주민(66)은 “어젯밤부터 마을버스 5번이 다니지 않는다. 시위 있을 때마다 버스가 끊겨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인왕산 정상에 오른 희망버스 시민 이아무개씨는 “대체 인왕산 정도 등반하는 것을 두고 뭣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마음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수백여명의 희망버스 시민들은 아예 등반을 하지도 못하고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경찰은 출입구를 봉쇄한 채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어야만 지하철역 출입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와 인권침해감시단은 이날 아침 7시께부터 1시간여 동안 무악재역 출입구에서 통행을 제지당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지하철역 출입을 막는다고 하는데 인왕산에 오르는 건 범죄 행위가 아니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직무직행법 3조1항에 의거 불심검문을 한 것이며 순수한 등산이 아닌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한 등산은 자체 판단해서 제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아침 27개 중대 21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인왕산 일대 10여개의 등산로 입구에서 불심검문을 벌였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오전 10시께부터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을 출발해 용산구 한진중공업본사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현장5신] 28일 오후 1시 30분
28일 새벽 내내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공원에서 밤을 지샌 천여명의 시민들은 28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본사 앞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대열 선두에는 ‘MB 너가 해결해’라고 적힌 커다란 펼침막이 섰다.
시민들은 경찰에 2차선을 사용해 한진중공업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3차선 이상을 사용했다. 경찰은 “불법 거리 행진”이라며 해산을 종용했지만 강제 해산에 나서지는 않았다.
오전 11시 40분께 시민들은 한진중공업 앞 30여미터 앞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한강로 6차선에 차벽을 설치해 더 이상의 행진을 막았다. 시민들은 경찰 차벽에 항의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12시 30분께. 결국,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살수를 감행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물대포를 맞아가면서 끝까지 한진중공업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마무리지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기자회견에서 “희망의 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김진숙과 4인의 농성자가 안전하게 귀가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13년간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다 해고된 김창현(38)씨는 “조남호 회장이 왜 굳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면서 영도조선소를 버리고 필리핀 수빅 조선소 경영에만 집중하는지 안타깝다. 회사를 위해 노력 많이 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시께 평화롭게 해산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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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8일 아침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출구에서 출구를 막아선 채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사진. @ziyo16
희망버스 참가 시민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앞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경찰은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본사 30여미터 근방에서 희망버스 참가 시민들에게 물포를 쏘았다. 사진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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