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선거 빚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명기 교수에게 선거와는 무관하게 선의로 2억원을 건냈다”고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현금받은 박교수 동생이 은행 입금하다 금융정보분석원에 포착
검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 주지 않기 위해 외부 수사 자제”
검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 주지 않기 위해 외부 수사 자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선 이 돈의 ‘대가성’만 입증하면 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당사자’로서 단일화의 대가로 금품을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명기 교수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단일화 당시 박 교수가 곽 교육감 쪽과의 논의·합의 과정을 정리해놓은 에이(A)4 종이 5장 분량의 문서와 녹취록, 선거가 끝난 뒤 곽 교육감과의 면담에 휴대하고 간 2장 분량의 요약본 문서를 압수해 법률적 검토를 끝낸 상태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박 교수를 추궁해 모든 혐의를 시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교육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박 교수는 200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낙선, 지난해 5월 후보 단일화에 따른 교육감 선거 중도 포기 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박 교수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선거비용 보전을 명목으로 7억원을 요구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는 곽 교육감의 집무실을 직접 찾아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교수 형제의 조사를 통해 “곽 교육감의 친구인 방송통신대 ㄱ 교수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ㄱ 교수에게서 지난 2월 1차로 5000만원의 현금을 건네받은 박 교수의 동생 등이 이 돈을 은행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포착됐고, 이런 첩보를 건네받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내사를 벌인 뒤 이달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은밀하게 내사를 진행하던 검찰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틀 뒤인 26일 박 교수를 전격 체포하면서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외부 수사를 극도로 자제해 왔다”며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주민투표가 다 끝난 마당에 수사를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투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진보 교육감 탄압”이라는 일부 반발이 있지만, 오히려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수사 일정을 늦췄다는 설명이다.
김태규 진명선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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