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곽교육감 법률적 쟁점 짚어보니
‘선의’로 돈 건넸으면 처벌 안되나?
X. 돈 전달 경위·방법, 상호관계 등 정황 종합해 대가성 판단‘
단일화 대가’ 사전 약속했어야만 처벌?
X. 약속하지 않았어도 사후에 대가로 전달했으면 처벌 가능
‘선거일로부터 6개월’ 공소시효 완성?
X. 이번 사건은 ‘선거일 이후 범죄행위’여서 6개월 시효 살아 있음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단일화 관련 후보 매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곽 교육감의 결백을 ‘법률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곽 교육감이 2억원을 박명기 교수에게 건넸다고 시인하면서 법률적 쟁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 사전 약속보다 중요한 건 ‘대가성’ 곽 교육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박명기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 교수의 결단으로 이뤄졌고 대가에 관한 어떤 약속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약속 여부보다 곽 교육감이 전달 사실을 인정한 2억원의 성격이다. 공직선거법 제232조의 후보매수죄 조항을 보면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돈이나 자리를 약속하거나 제공하면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곽 교육감이 돈을 줬다고 인정한 이 사건에서는, 후보자 간의 약속보다는 실제로 건너간 돈 2억원의 대가성이 처벌의 핵심이 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2억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곽 교육감은 “선의로 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 선의? 공갈 피해? 곽 교육감은 공식적으로는 “박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순수하게 돈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갈 피해자’라는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 교수가 아무 이유 없이 거액을 달라고 했으면 협박에 굴복할 게 아니라,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현금으로 2억원을 건네며 그의 요구에 응했다. 그것도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곽 교수의 친구가 박 교수의 동생에게 건넸고 박 교수의 동생은 자신의 인척에게 돈을 맡기기도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달 방식이나 배경 등을 볼 때 순수한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박 교수도 곽 교육감처럼 대가성을 부인했다면 본인도 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교수가 대가성을 시인했다면 그의 진술이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후 범죄 처벌하려 공소시효 연장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통상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개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이라며 사실상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선거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이전에는 선거일 6개월 뒤에 이뤄지는 금품수수 행위 등의 선거범죄를 처벌할 수가 없어서 공소시효 조항이 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두개의 사안(단일화와 2억원)을 분별 없이 취급하면 (법 위반으로)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법은 분별력에 기초해야 한다”, “선거 이후는 또다른 생활의 시작”이라며 단일화와 2억원의 ‘단절’을 강조하지만 공소시효를 늘린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곽 교육감의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X. 돈 전달 경위·방법, 상호관계 등 정황 종합해 대가성 판단‘
단일화 대가’ 사전 약속했어야만 처벌?
X. 약속하지 않았어도 사후에 대가로 전달했으면 처벌 가능
‘선거일로부터 6개월’ 공소시효 완성?
X. 이번 사건은 ‘선거일 이후 범죄행위’여서 6개월 시효 살아 있음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단일화 관련 후보 매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곽 교육감의 결백을 ‘법률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곽 교육감이 2억원을 박명기 교수에게 건넸다고 시인하면서 법률적 쟁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 사전 약속보다 중요한 건 ‘대가성’ 곽 교육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박명기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 교수의 결단으로 이뤄졌고 대가에 관한 어떤 약속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약속 여부보다 곽 교육감이 전달 사실을 인정한 2억원의 성격이다. 공직선거법 제232조의 후보매수죄 조항을 보면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돈이나 자리를 약속하거나 제공하면 처벌을 하도록 돼 있다. 곽 교육감이 돈을 줬다고 인정한 이 사건에서는, 후보자 간의 약속보다는 실제로 건너간 돈 2억원의 대가성이 처벌의 핵심이 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2억원이 교육감 후보 단일화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나, 곽 교육감은 “선의로 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 선의? 공갈 피해? 곽 교육감은 공식적으로는 “박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순수하게 돈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공갈 피해자’라는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 교수가 아무 이유 없이 거액을 달라고 했으면 협박에 굴복할 게 아니라,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현금으로 2억원을 건네며 그의 요구에 응했다. 그것도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직접 준 것이 아니라, 곽 교수의 친구가 박 교수의 동생에게 건넸고 박 교수의 동생은 자신의 인척에게 돈을 맡기기도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달 방식이나 배경 등을 볼 때 순수한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박 교수도 곽 교육감처럼 대가성을 부인했다면 본인도 죄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교수가 대가성을 시인했다면 그의 진술이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후 범죄 처벌하려 공소시효 연장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통상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개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이라며 사실상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선거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이전에는 선거일 6개월 뒤에 이뤄지는 금품수수 행위 등의 선거범죄를 처벌할 수가 없어서 공소시효 조항이 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두개의 사안(단일화와 2억원)을 분별 없이 취급하면 (법 위반으로)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법은 분별력에 기초해야 한다”, “선거 이후는 또다른 생활의 시작”이라며 단일화와 2억원의 ‘단절’을 강조하지만 공소시효를 늘린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곽 교육감의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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