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진한 공안1부장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조선 혁명을 목표로 움직였다는 반국가단체 ‘왕재산’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직 체계도를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변호인 없이 잠깐 보자”며 보쌈 시켜놓고 조서 작성
노모 찾아가 “아들이 국보법으로 구속된 것 아냐” 등 협박
변호인에게 소지품 검색 요구하며 동행권 행사 못하도록
노모 찾아가 “아들이 국보법으로 구속된 것 아냐” 등 협박
변호인에게 소지품 검색 요구하며 동행권 행사 못하도록
#통신장비 업체 직원인 ㅇ씨는 지난달 29일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 오싹하다. 국정원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이른바 국가전복 단체인 ‘왕재산’의 참고인으로 “잠깐 보자”고 재촉한 것이다. 앞서 2주전 국정원에 참고인으로 불려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장시간 조사를 받은 ㅇ씨는 이후 불안에 시달렸다. 이에 ㅇ씨는 출석기일 협의 등 모든 것을 변호인에게 위임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정원 조사관은 변호인과 나누던 기일협의와 별도로 ㅇ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원 건물이 아니라 집 근처에서 조사를 하고 다시는 더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테니 변호인 없이 혼자 잠깐 보자”고 설득했다. ㅇ씨는 “두려움을 느껴” 결국 변호인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무실 근처 한식집에서 국정원 조사관을 만났다. 이들은 보쌈을 시켜 앞에 놓고 ㅇ씨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한식집 보쌈 조서’인 셈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 12일 취임 일성으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종북 척결’의 첫 작품으로 북한 지하당 ‘왕재산’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총책 김아무개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속하게 진행 중인 국정원의 수사 행태를 두고 “인권유린과 탈법이 난무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높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30일 <한겨레>와 만나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행해지는 국정원의 각종 불법적인 ‘수사기법’에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며 “마치 전쟁터와 같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보쌈 조사’를 두고 “조급한 국정원 조사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명백히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한 수사다. 그렇게 피의자나 참고인 편의를 봐주겠다면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사를 받으면 될 것 아닌가. 가뜩이나 심리적인 불안 상태에 있던 참고인에게 변호인 조력권을 차단한 것이다.”
반면, 국정원 쪽은 이에 대해 “참고인 본인 의사에 따라 만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고지한 뒤 진술을 청취하였다”며 “일체 강압 조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7월4일 국정원 연행·압수수색피해자 가족대책위’ 등이 취합한 문제 수사 행태를 보면 다양하다. 구속된 피의자 임아무개씨는 가족 등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국정원 조사실에서 “강압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포괄적 진술거부 의견을 밝혔음에도 국정원은 (자신을) 강제 인치해 10시간씩 자리에 앉혀 놓고 각종 협박·회유로 압박했다”고 적었다. “3족을 멸할 반역죄 범하고서 왜그리 뻔뻔하냐”, “부인도 무사하지 못할거다. 중학생 아들은 어떡할거냐” 등이 그가 들었다고 주장하는 협박들이다.
가족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면회를 간 구속 피의자 김아무개씨 누나들에게 “어머니가 이산가족 상봉 신청한 적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지난달 30일에는 국정원 수사관 2명이 임씨의 시골집을 찾아가 “아들이 국보법으로 구속된 것을 아느냐”고 물어 어머니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피의자나 참고인 등 관련자 조사과정에서 인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면서 “일부 피의자들이 주장하는 ‘욕설’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김씨 누나들에게 한 질문에 대해선 “김씨 압수물에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신원카드가 나와 자연스럽게 물었을 뿐 겁박은 없었”으며, 임씨 시골집 방문에 대해선 “수사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방문했으며 그 때 어머니는 임씨가 이미 국정원에서 조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 변호사는 “국정원 청사 조사시 변호인 동행권에 대한 국정원의 제약을 보면 피의자와 주변 사람에 대한 위법수사의 우려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천낙붕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대표) 등 변호인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으로 들어가려다 국정원 쪽이 ‘몸과 소지품 검색’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변호인 접견을 포기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의 출석 요구를 받은 김아무개씨 등 2명과 함께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한겨레> 7월15일치 ‘헌법 위에 국정원?’ 기사) 이에 법무법인 상록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준항고(사법경찰관 등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제기하는 불복신청)를 내고 대한변호사협회를 통해 정정을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여전히 검신·검색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이 문제로 낸 준항고만 10건에 달한다. 변호인의 항의에도 검색대 통과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국정원이 피의자, 참고인을 계속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법원에 낸 의견서를 통해 “보안검색대 통과는 관련 규정에 따른 출입보안절차로 변호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피의자 및 변호인이 통과하는 것을 거부하고 귀가하는 행위가 ‘출석불응’에 해당되는지 논란마저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쪽이 ‘신속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장 변호사는 “피의자의 변호인 동행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며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령이 만들어져야 함에도 국정원이 자체 규칙을 이유로 이를 막는 것은 월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최초 동행했을 때는 막지 않다가 뒤에 다른 변호인은 막는 등 국정원의 대응이 일관성이 없었다”며 “변호인을 떨어뜨려 놓기 위한 구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이에 대해 국정원은 “피의자나 참고인 등 관련자 조사과정에서 인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면서 “일부 피의자들이 주장하는 ‘욕설’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김씨 누나들에게 한 질문에 대해선 “김씨 압수물에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신원카드가 나와 자연스럽게 물었을 뿐 겁박은 없었”으며, 임씨 시골집 방문에 대해선 “수사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방문했으며 그 때 어머니는 임씨가 이미 국정원에서 조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 변호사는 “국정원 청사 조사시 변호인 동행권에 대한 국정원의 제약을 보면 피의자와 주변 사람에 대한 위법수사의 우려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천낙붕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대표) 등 변호인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으로 들어가려다 국정원 쪽이 ‘몸과 소지품 검색’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변호인 접견을 포기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의 출석 요구를 받은 김아무개씨 등 2명과 함께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한겨레> 7월15일치 ‘헌법 위에 국정원?’ 기사) 이에 법무법인 상록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준항고(사법경찰관 등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법원에 제기하는 불복신청)를 내고 대한변호사협회를 통해 정정을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여전히 검신·검색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5일까지 이 문제로 낸 준항고만 10건에 달한다. 변호인의 항의에도 검색대 통과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국정원이 피의자, 참고인을 계속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법원에 낸 의견서를 통해 “보안검색대 통과는 관련 규정에 따른 출입보안절차로 변호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피의자 및 변호인이 통과하는 것을 거부하고 귀가하는 행위가 ‘출석불응’에 해당되는지 논란마저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쪽이 ‘신속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장 변호사는 “피의자의 변호인 동행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며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령이 만들어져야 함에도 국정원이 자체 규칙을 이유로 이를 막는 것은 월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최초 동행했을 때는 막지 않다가 뒤에 다른 변호인은 막는 등 국정원의 대응이 일관성이 없었다”며 “변호인을 떨어뜨려 놓기 위한 구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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