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면 ‘결백 주장’ 통할까
후보 매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1일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검찰 소환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곽 교육감은 구속까지 각오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쪽 변호사들과 수시로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곽 교육감 변호인단은 단일화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약속과 실제로 돈을 건넨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이를 무죄 주장의 핵심 논거로 준비 중이다. 단일화 직전에 대가 제공을 약속한 건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캠프의 회계책임자인 이아무개씨이고, 곽 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건넨 것은 이와 별개의 ‘단절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또 공직선거법의 후보 매수죄(제232조)는 돈을 주겠다는 ‘약속’만 해도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씨가 한 약속은 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에 한 것이기 때문에 6월2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의 6개월 공소시효가 지난해 12월에 완성된 만큼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곽 교육감의 변호인단은 “후보자 매수죄는 명시적인 합의를 전제로 해서만 성립하는 범죄”라며 “쌍방 간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합의가 없는데도 단지 정황이나 일방의 주장만으로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곽 교육감이 사전에 “단일화 대가로 얼마를 주겠다”는 명시적 ‘합의’를 하지 않은 이상, 2억원을 사후에 건넸다고 해서 이를 단일화의 대가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약속과 공여를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한 변호사는 “약속이 이뤄졌다면 결국 돈을 줘야 하는 사람은 곽 교육감인데, (실무자가) 그걸 (곽 교육감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약속을 했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돈을 주겠다는 명시적 사전 합의가 있어야 후보매수죄가 성립한다는 주장도 선거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사전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면, 선거 전에는 ‘약속한 적 없다’고 말을 맞춘 뒤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 돈이 오가면 이걸 처벌할 수 없는 문제(법적 공백)가 생긴다”며 “공정선거를 위한다는 선거법의 취지를 보더라도 명시적인 사전 합의가 없다고 해서 대가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논리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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