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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속도 휴게소 정비 ‘도공이 기가 막혀’

등록 2011-09-01 21:22

노점상에 ‘특혜 둥지’…기존 매장엔 업종전환·퇴출 압력
노점상 철거뒤 ‘하이숍’ 개장…수수료 등 파격 혜택
“법지킨 상인들 희생양삼아 대타협 산물 홍보” 분통
호남고속도로 ㅇ휴게소에서 음반·서적 잡화점을 운영하는 ㅈ씨는 최근 휴게소 노점상들이 입점한 잡화 매장 ‘하이숍’이 문을 열면서 10년 동안 영업해 온 매장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휴게소 쪽이 ‘비슷한 물건을 파는 매장을 2곳이나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재계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ㅈ씨는 “막내가 아직 대학을 다니는데 당장 밥줄이 끊길 판”이라며 “세금 꼬박꼬박 내며 성실히 살아온 내가 왜 이런 피해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노점상들에게 마련해 준 잡화 매장 ‘하이숍’이 지난달 22일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서 기존 음반·잡화 매장들이 퇴출 위기에 몰렸다.

1일 도로공사와 휴게소 매장 운영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도로공사는 최근 미관을 해치고 건전한 상행위 질서를 문란케 한다며 전국 고속도로에 있는 164개 휴게소의 노점상 328개를 철거했다. 대신 노점상연합회·휴게소 등과 3자 합의를 통해 노점상들에게 하이숍이라는 이름의 잡화 매장을 휴게소 안에 내줬다. 이로 인해 기존에 정상 매장을 운영하던 상인들과 하이숍에 입주한 이들이 똑같이 음반·장난감·서적 등을 판매하게 되자, 휴게소 쪽이 기존 매장 상인들에게 업종을 바꾸거나 매장을 정리하라는 식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ㅌ휴게소에서 음반·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ㅎ씨는 최근 휴게소 쪽에서 업종을 바꾸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ㅎ씨는 “도로공사가 이번 노점상 정리를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로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기존 매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결국 수 십 년 동안 법을 안 지킨 사람들은 이득을 얻고, 법을 지킨 우리만 내쫓기는 형국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공사가 하이숍에 파격적인 혜택을 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존 매장들은 물건 판매액의 35~50%를 휴게소 쪽에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비슷한 물건을 파는 하이숍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8%만 내면 된다. 또 기존 매장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하이숍은 5년 단위 재계약과 최장 10년 동안의 계약 갱신을 보장받았다. 경부고속도로 ㅇ휴게소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ㅎ씨는 “하이숍은 음악 시디 한 장에 1만원을 받는데, 우리 매장은 50%의 높은 수수료율 탓에 1만3천원을 받아 장사가 잘 안 된다”며 “도로공사의 탁상행정 탓에 결국 물건을 하이숍에 헐값에 넘기고 장사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휴게소 쪽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ㅇ휴게소 관리실장은 “기존 매장들의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이들과의 협의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문제”라며 “하지만 휴게소 운영자 역시 5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처지라 도로공사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재원 도로공사 휴게시설 운영차장은 “기존 매장들이 피해를 보는 건 유감”이라면서도 “기존 매장이 판매 물품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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