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34)씨는 서울 강남구 선릉동 근처 오피스텔 10여개실을 임대해 불법마사지 영업을 해왔다. 김씨는 오피스텔에 마시지 업소를 불법으로 차렸기 때문에, 업소 간판을 내걸지 못하고 강남 유흥가 일대에 ‘여대생 마사지’‘오피스걸’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지를 뿌렸다.
김씨는 이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남성들이 전화를 걸면, 업소 위치를 알려주고 손님을 받았다. 그는 손님 한명에 10만~15만원씩 받았다.
김씨 처지에선 전단지가 가장 중요한 영업수단이라,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전단지에는 선정적인 여성 사진을 실었고, 전단지를 최대한 많이 살포해야 했다. ‘여대생 마사지’ 전단지가 주택가에도 무차별적으로 뿌려져 “아이들이 볼까봐 겁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전단지 제작·배포는 철저한 점조직으로 이뤄졌다. 김씨처럼 오피스텔에서 불법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며 전단을 배포하는 마사지업주, 전단지를 제작하는 인쇄브로커, 인쇄업자, 도로·차량·오토바이로 전단지를 배포하는 배포자 등 업주·중간책·인쇄자로 역할을 나눴다.
업주 김씨는 배포관리 중간책을 고용해 오피스텔 8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까지 전단지를 옮겨놓게해 배포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감췄다. 김씨는 배포자를 주간조(오전 9시~오후 5시)조와 야간조(오후 5시~밤 11시)로 나눠서 고용했고, 전단지 배포 여부를 확인한 뒤 배포관리 중간책이 배포자들에게 1시간에 1만원씩을 줬다. 배포관리 중간책들은 배포자들에게는 전달을 뿌리다 경찰에 단속되면 “선릉역 근처 차량에서 전단지를 받았다”고 거짓 진술하도록 사전에 교육하는 등 전단지 보관 장소를 숨겼다.
김씨는 전단 인쇄도 은밀하게 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인쇄업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와 이메일로만 연락했고, 인쇄한 전단지도 택배로 받았다. 김씨는 인쇄업자와의 돈거래는 무통장입금으로 해, 자신의 신분과 얼굴을 철저히 숨겼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여름방학 기간인 6∼8월 청소년 유해사범 특별단속을 하던 중 강남 일대에서 특정 마사지업소의 성매매 암시 전단이 무더기로 배포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잠복 근무 끝에 업주·배포자·인쇄브로커 등 10명을 입건하고 불법전단 36만장을 압수했다.
서울시는 구인 웹사이트에서 시간당 1만~2만원 등 특별한 이유없이 높은 일당을 주는 전단배포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응하는 경우 이런 불법 행위에 이용돼 범법자가 될 수 있다며 시민의 유의를 당부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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