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반대’ 천주교 신부들
강우일 주교, 연행자 면회뒤
“국민 누르는 공권력 슬프다”
강우일 주교, 연행자 면회뒤
“국민 누르는 공권력 슬프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 설치돼 기지 반대 운동의 중심에 있던 천막 ‘평화기도소’가 2일 오후 4시40분께 해군이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철거됐다. 평화기도소는 천주교 신부들이 날마다 생명평화미사를 올리는 곳이었다.
이번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에는 유독 천주교 신부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날 경찰 병력이 투입된 강정마을 농성장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신부 15명과 제주교구 소속 신부 10명 등 모두 25명이 자리를 지키며 경찰에 항의했다. 이날 이강서 신부와 한재호 신부가 경찰에 연행됐고, 전주교구 송연홍 신부는 굴착기에 올라가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에 항의하다 끌려 내려왔다.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는 “이처럼 많은 신부들이 연대해 항의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모든 사제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평화기도소가 철거되고 문정현·문규현 신부 등이 격리됐다가 풀려나자, 신부 10여명은 오후 6시께부터 2시간 남짓 경찰이 설치한 차벽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전날 강정마을을 찾아 사제와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격려했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이날 오후 경찰에 연행된 신부들과 주민들을 면회한 뒤 곧바로 강정마을을 다시 찾았다. 오후 3시께 평화기도소가 철거되기 직전 생명평화미사를 직접 집전한 강 주교는 “공권력이 국민을 이렇게 억누른다는 현실이 너무도 슬프고 괴롭다”며 “무력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미사에 사제들을 빼고는 누구도 참석하지 못하게 막았다.
지난달 광주·전라권 신부들이 강정마을을 집중 방문한 데 이어 오는 5일에는 경기 수원교구 신부들이 방문해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낼 예정이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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