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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못다 이룬 꿈, 이제 우리 자식들에게 맡기세요”

등록 2011-09-04 20:24수정 2011-09-04 20:36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열사 유가족협의회장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열사 유가족협의회장
이소선 어머니와 나…“행복했습니다”
어머니의 위로가 없었다면 열사의 가족들은…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열사 유가족협의회장

어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아들 한열이를 잃은 1987년 유가협 창립 1주년 기념행사 때였다. 아들딸 잃은 설움과 슬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고통이다. 만약 어머니의 따뜻한 위로가 없었다면 나와 같은 열사의 가족들은 세상을 떴을지도 모른다. 98년 명예회복법과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을 놓고 국회 앞에서 422일간 농성할 때 어머니는 “함께 뭉쳐 싸우면 이길 수 있다”며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따뜻하고 강인한 우리 시대의 어머니처럼 이소선 어머니는 나에게 그냥 어머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다.


포근히 안아주셨는데 온 우주가 감싸는 듯

송기역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송기역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송기역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2006년 겨울 전태일 문학상 시상식에서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작은 체구의 어머니 품에 꼭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어머니는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셨는데, 마치 온 우주가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그 행복한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언제나 입에 달고 다셨던 어머니는 사람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분이셨다. 모든 사람이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모든 사람들을 자식같이 사랑해 준 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뜬 9월3일까지가 사랑을 시작한 시간이었다면 9월4일부터는 사랑을 완성하는 시간이다.

진보정당이 나뉘어졌을 때 펑펑 우셨는데…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나는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읽으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어머니와는 30년 이상을 동지이자, 스승, 어머니처럼 모시고 살았다. 지난 2008년 진보정당이 나누어졌을 때 어머니가 펑펑 우셔서 죄송한 마음에 2년 동안 찾아뵙지 못하다가, 지난해 전태일 열사의 기일에 모란공원에서 어머니께 막무가내로 업히시라고 하면서 죄송한 마음을 전한 것이 떠오른다. 어머니께선 “태일이가 40년 전에 염천교에서 신문지 한 장 덮고 잠을 청했었는데, 지금도 제2, 제3의 전태일이 넘치고 있는 것처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한숨을 쉬셨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만들어 노동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어머니 영전에 바친다.

농성장 오셔서 “죽는 건 태일이로 족하다”고…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어머니는 지난 2008년 기륭전자 투쟁이 1000일을 넘어갈 때 직접 찾아오셨다. 회사 앞 농성장에 사다리를 직접 타고 올라와 “죽지 말라고, 죽는 건 태일이로 족해. 단식 그만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겠다는 마음으로 옥상에 교수대를 만들어서 목 매는 밧줄을 걸어놨는데, 그걸 끊어놓고 가셨다. 어머니가 직접 그러셨기 때문에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어머니는 어렵게 아들을 보내고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찾아다니신 대단한 분이다. 언제나 우리에게 든든함을 주셨다. 집에 찾아뵐 때마다 밥도 함께 지어먹고 수다도 떨었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어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청년유니온 노동자들 많이 예뻐해주셨는데…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대학 1학년 때 전태일 평전을 통해 알게 됐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2009년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어머니는 82년을 사셨지만, 그동안 하신 일을 따져보면 82년의 2~3배를 더 사신 분이시다. 지난해 청년유니온을 만들고 전태일재단과 함께 40주기 행사를 하면서 어머니가 우리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고 들었다. 세월은 많이 변했지만, 40년전 전태일과 같은 소외된 노동자들은 편의점, 주유소 등에 아직도 넘쳐난다.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전태일처럼 소외된 청년 노동자를 감싸 안을 것이다. 어머니의 못 다 이룬 꿈은 젊은 우리에게 맡기시고 고단한 삶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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