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슨 헵번(79·바하마) 유네스코 총회 의장
광주 찾은 데이비슨 헵번 유네스코총회 의장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전달
“시민·언론, 발포책임자 규명해야”
유엔인권도시 추진 전략도 조언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전달
“시민·언론, 발포책임자 규명해야”
유엔인권도시 추진 전략도 조언
“5·18과 같은 살아 있는 역사는 국경을 넘어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인권·평화·정의 같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세계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데이비드슨 헵번(79·사진·바하마) 유네스코 총회 의장이 5일 광주를 찾았다. 헵번 의장은 이날 국립5·18 묘지를 참배하고, ‘5·18자료’ 85만여쪽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인증서를 광주광역시에 전달했다. 그는 전달식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광주 시민들이 5·18을 기리는 것을 보고 인권·평화·정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헵번 의장은 “5·18 묘지에서 평화와 정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영령들의 애국심·민족애·정의감에 존경과 사랑을 표시했다”고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희생자들의 무덤 앞에서 한편으론 슬펐고, 한편으론 기뻤다. 무고한 희생은 안타까웠지만, 이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발포 책임자 등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것을 두고 헵번 의장은 “남아공이나 필리핀에서도 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다”며 “국제기구나 국제사회가 진상 규명을 할 수는 없으니, 5·18에 자부심을 가진 시민과 언론이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일부 보수단체가 등재를 반대했지만 결정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광주 시민이 인권과 정의를 위해 항쟁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인정했으니 자부심을 갖고 미래를 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광주시가 유엔 인권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인권의 개념이 달라 한 나라에서 인권침해 사례로 국제기구에 청원을 해도 손쓰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며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하고 근거있는 인권 개념을 만들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헵번 의장은 이날 광주시의 명예대사·명예시민으로 위촉됐고, 광주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전달식에는 김황식 총리,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 부의장 등이 참석해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운동으로 인정받은 ‘5·18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 농업기술대에서 학사, 미시간주립대에서 석사, 스페인 마드리드대에서 비교어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바하마 정부의 차관 등을 지냈고, 1978~88년 유엔 주재 바하마대사, 1991~2005년 바하마 유네스코 위원장을 역임했다. 국제 평화와 문화 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로 프랑스에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 영국에서 왕실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광주광역시 제공
사진 광주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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