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에서 만난 김갑득씨.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출두요구서, 벌금고지서…활동가들과 합동차례
알자리라 방송 PD “4년 넘게 평화적 투쟁에 감명”
알자리라 방송 PD “4년 넘게 평화적 투쟁에 감명”
“예전에는 오랜만에 벗이나 친지들을 만나 술이라도 한잔 기울였지만 지금은 다르지요. 추석 차례를 지내면 곧바로 돌아가버려요.”
13일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에서 만난 김갑득(72)씨는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5년째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으로 갈등의 상징이 돼 버린 강정마을. 깨져버린 공동체에 대한 아쉬움일까. 아니면 외쳐도 반응이 없는 정부에 대한 야속함일까.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이 오면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게 가라 앉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만나야 하니 추석이라도 즐거운 기분이 들겠어요? 예전에는 벌초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해군기지 문제로 서로 말다툼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일도 없어요. 서로 알아서 피하고, 끼리끼리 만나니까요.” 중덕 삼거리에서 만난 강아무개(50)씨의 말에는 체념이 가득했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던 마을 대표 강동균 마을회장이 구속된지 20일이 넘는다. 주민들에게 날아오는 건 출두 요구서이고, 벌금 고지서다. 추석이라고 마을 주민들이 즐거울리 없다.
더구나 올해 추석은 여느 때와 다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드나들던 구럼비 바위 해안은 지난 2일 해군이 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울타리를 설치한 이후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꽁꽁 막힌 울타리 만큼이나 주민들의 마음도 꽁꽁 닫혀버렸다. 문아무개(49)씨는 “보름달에 반사된 바다가 은빛처럼 반짝이지만 이제는 육지에서 추석을 쇠러 온 친구들과 같이 가기 싫다”며 “강정포구에 가봐야 울타리로 둘러싸인 구럼비 바위 해안을 보면 답답한데 놀러갈 마음이 들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외롭지 않다. 강정마을의 아픔을 같이 해주는 도민들도 있고, 활동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느라 고향에 가지 못한 이들을 위한 합동차례도 지냈다.
지난 12일 오후 4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린 합동차례와 한마당 잔치에는 회관이 가득차고 마당까지 사람들이 붐빌 정도로 많은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여 모처럼 밤늦게까지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강정마을회 고명진 부회장은 “활동가들이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추석 때 고향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남아주었다”며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조촐한 합동차례를 지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럼비 해안바위에 있는 중덕사(천막)에 있을 때는 눈치보면서 한두사람씩 찾아왔는데 올해 추석은 달라졌어요. 이번에는 단체로 여러명이 찾아와 격려하기도 하고, 일부 귀성객들은 격려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으로 구속돼 71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가 몸을 추스리고 있는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강정마을에서 2주일 동안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취재하고 있는 <알자지라>방송의 한나 머피 프로듀서는 “4년 넘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쟁을 벌이는데 감명받았다”며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 동북아 문제로 인식해서 취재에 나서게 됐다”고 취재 이유를 설명했다.
“해군기지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제주도나 정부가 주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이런 지경까지 왔겠습니까? 우리 세대에는 이런 갈등의 골을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대가 바뀌면 몰라도…” 깊은 한숨을 내쉬는 김갑득씨의 말에는 강정마을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강남아줌마들도 안철수 교수 찍겠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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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4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린 합동차례와 한마당 잔치에는 회관이 가득차고 마당까지 사람들이 붐빌 정도로 많은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여 모처럼 밤늦게까지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강정마을회 고명진 부회장은 “활동가들이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추석 때 고향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남아주었다”며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조촐한 합동차례를 지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럼비 해안바위에 있는 중덕사(천막)에 있을 때는 눈치보면서 한두사람씩 찾아왔는데 올해 추석은 달라졌어요. 이번에는 단체로 여러명이 찾아와 격려하기도 하고, 일부 귀성객들은 격려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으로 구속돼 71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가 몸을 추스리고 있는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방송이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에서 51일째 쇠사슬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애자 전 의원(민주노동당)을 인터뷰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강정마을에서 2주일 동안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취재하고 있는 <알자지라>방송의 한나 머피 프로듀서는 “4년 넘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쟁을 벌이는데 감명받았다”며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 동북아 문제로 인식해서 취재에 나서게 됐다”고 취재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 농성장이 보이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장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해군기지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제주도나 정부가 주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이런 지경까지 왔겠습니까? 우리 세대에는 이런 갈등의 골을 치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대가 바뀌면 몰라도…” 깊은 한숨을 내쉬는 김갑득씨의 말에는 강정마을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강남아줌마들도 안철수 교수 찍겠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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