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스프링데일의 가족농인 에릭 레이의 젖소 농장 어귀에 걸려 있는 ‘폰테라 농장’ 표시판.
폰테라는 우유 수출 세계최대 낙농기업…
제스프리는 키위 수출 전세계 70% 차지…
모두 농가가 100% 지분
제스프리는 키위 수출 전세계 70% 차지…
모두 농가가 100% 지분
에릭 레이의 농장 어귀에는 ‘폰테라 76507’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자동차를 타고 따라가다 보면, 젖소 농장 들머리마다 이렇게 폰테라 로고의 고유번호 표지판이 있다. 총매출 110억달러의 폰테라는 뉴질랜드 낙농가 90% 이상이 가입한 협동조합 기업이다. 뉴질랜드 수출의 무려 25%를 차지하는 ‘뉴질랜드의 삼성전자’이고, 한국을 포함해 140개국에 우유제품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의 낙농 수출기업이다.
그러나 폰테라의 주인은 이건희 회장과 같은 재벌이나 국내외 투자자들이 아니라 레이 같은 1만500명의 가족농으로, 이들이 폰테라 지분 100%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폰테라의 판매전략 담당 매니저인 세라 패터슨은 “90% 이상의 낙농가들이 폰테라의 협동조합원으로 합쳐지면서 한해 1억달러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신제품 혁신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조합원의 힘을 모으고 경영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협동조합 정신이 폰테라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폰테라라는 세계적인 협동조합 기업 브랜드가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2001년에 최대 협동조합 2개가 합병해 폰테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자신도 폰테라 조합원이라는 제임스 호튼 뉴질랜드농민연합 회장은 “폰테라가 있어서 우리 낙농가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세계적 브랜드는 키위를 수출하는 제스프리다. 2000년에 창립해 불과 10년 만에 ‘제스프리의 기적’을 이뤄냈다. 2000년 4억590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이 2009년 10억700만달러로 급증했다. 제스프리도 2700명의 생산농가에서 100% 지분을 보유한 협동조합 기업이다.
제스프리의 홍보 매니저인 데이비드 커터시는 “물량으로는 우리가 전세계 수출의 40%가량을 차지하지만, 금액으로는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며 “키위 농가 모두의 힘을 제스프리라는 마케팅 전담회사 하나로 모았기 때문에 기술혁신과 수출역량을 키우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키위 농가의 협동조합은 제스프리라는 수출마케팅 기업 말고도, 선별과 포장, 운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회사를 세워 농가 소득 극대화를 보장하고 있다.
폰테라와 제스프리 같은 세계적 브랜드가 나오기까지는, 가족농과 협동조합 육성이라는 뉴질랜드 농업정책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1999년에 키위 수출창구를 단일화하는 법을 제정해 제스프리 탄생의 길을 트는 등 품목별 협동조합 기업들을 지원하는 아주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품질관리와 안정적 농민소득 보장을 위해 단일 협동조합 기업의 출범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뉴질랜드 대법원에서도 최근 ‘제스프리의 수출 독점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클랜드/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뉴질랜드 북섬의 도시 타우랑가에 있는 키위 수출 협동조합기업 제스프리의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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