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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0살 호일 “19살부터 농장 경험…5년 뒤 내 농장” “이 농장서 자식 여섯 훌륭하게 키웠소” 71살 레이

등록 2011-09-13 21:15

고등학교 졸업 뒤 남의 농장에서 젖소 600마리를 키우면서 5년 뒤엔 자신의 농장을 갖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농부 제이슨 호일(30)이 같은 농장에서 일하는 약혼녀 하이드 애덤슨과 잠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남의 농장에서 젖소 600마리를 키우면서 5년 뒤엔 자신의 농장을 갖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농부 제이슨 호일(30)이 같은 농장에서 일하는 약혼녀 하이드 애덤슨과 잠시 휴식을 즐기고 있다.
두 농부의 꿈과 행복
‘영 파머스’ 이끌며 배필까지 만나 가족농 꿈 차곡…
부부만의 힘으로 작지만 알찬 농장 노후 걱정없는 삶…
농민이 만든 건강한 젖소·우유 강력한 협동조합이
수매·유통 도맡아
낙농가 버팀목으로
뉴질랜드의 젊은 농부 제이슨 호일(30)에게는 옹골찬 꿈이 있다. “5년 뒤로 잡고 있습니다. 제 농장을 가질 거예요. 19살 때부터 여러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충분한 경험과 신뢰를 쌓았거든요. 내년에는 지금 농장에서 일하는 약혼녀 하이드와 가정을 꾸려야지요.”

뉴질랜드 북섬 중부의 와이카토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호일은 곧바로 낙농 일로 뛰어들었다.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지금은 고향 근처의 농촌도시 케임브리지의 한 농장에서 젖소 600마리가량을 사육하는 ‘도급 사장’으로 올라섰다. 농장에서 올리는 전체 매출의 15%를 자신이 받는 조건이니, 열심히 잘하면 수입도 그만큼 올라간다. 3명의 젊은이를 데리고 일하는데, 약혼녀 하이드 애덤슨이 그중 한 명이다.

“단순히 소젖 짜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그 뒤로는 자연 방목하는 농장에서 곡물사료를 먹이는 지금의 고투입 농장까지, 3년마다 바꿔가며 다양한 농장 운영을 경험했습니다. 내 농장을 갖자면 얼마쯤은 대출받아야 하겠지만, 남은 5년 동안 되도록 열심히 일해 농장 인수 자금을 모을 계획입니다.”

뉴질랜드에는 호일처럼 미래의 농장주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다. 호일이 이끄는 ‘영 파머스’(젊은 농부들)라는 단체의 회원만도 2000여명에 이른다. 모임에서 회원들끼리 농장 운영 경험을 나눌 뿐 아니라, 여성 회원이 절반에 가까워 그 안에서 배우자를 만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뉴질랜드 북섬 농촌마을 스프링데일에서 아내와 둘이서 젖소 80마리를 기르는 에릭 레이(71)가 지난달 30일 오후 풀밭에서 어김없이 농장으로 찾아오는 젖소들의 젖을 짠 뒤 마무리 청소를 하면서 웃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 농촌마을 스프링데일에서 아내와 둘이서 젖소 80마리를 기르는 에릭 레이(71)가 지난달 30일 오후 풀밭에서 어김없이 농장으로 찾아오는 젖소들의 젖을 짠 뒤 마무리 청소를 하면서 웃고 있다.
와이카토지역 농민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존 호지는 “나도 영 파머스 출신이고, 그렇게 자리를 잡은 선배 농부들이 젊은 후배들을 이끄는 멘토링에 나서면서 가족농의 건강한 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일의 농장에서 50㎞ 떨어진 스프링데일이란 농촌마을에서 젖소 80마리를 사육하는 에릭 레이(71)는 전형적인 가족농이다. 레이의 농장은 우리로 치면 광활한 40㏊(40만㎡) 규모의 초지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평균의 절반가량인 작은 규모이다. 레이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내 발레리와 둘이서 농장 일을 모두 처리한다. 부부는 평생 이 농장에서 아들 다섯과 외동딸을 키워냈다.

“오후 5시와 새벽 5시에 하루 두 차례 어김없이 소젖을 짜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놈들이 배설한 분뇨를 청소하고, 송아지들을 돌봐주고, 농장 주변을 살피다 보면, 또 하루가 금방 지나가지요. 요즘은 아들 녀석 하나가 일을 도와줘서 여가 활동도 즐기고 있어요. 화요일마다 읍내에 나가서 컨트리송을 배웁니다.” 레이는 내년쯤 자신의 앨범을 낸다는 꿈을 꾸고 있다.

뉴질랜드농업연구소의 김태훈 대표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호일이 30대 중반에 제 농장을 갖는 꿈을 꿀 수 있고, 부부만의 힘으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레이가 평생 안정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것이 뉴질랜드 농업의 힘”이라며 “이는 농민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협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레이는 “뉴질랜드 낙농가들은 모두 협동조합 조합원”이라며 “우유의 수매와 유통에서 판매·수출에 이르기까지 모두 협동조합에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한 젖소와 안전한 우유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비 협동조합원인 호일은 “협동조합에서는 우유값을 안정적으로 높게 쳐주기 때문에, 낙농가의 소득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스프링데일(뉴질랜드)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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