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전광판에 지역별 수급 현황과 일일부하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예비전력 규정보다 서둘러 단전
한전 “매뉴얼대로 했다면 위험”
* 블랙아웃 : 대규모 동시 정전
한전 “매뉴얼대로 했다면 위험”
* 블랙아웃 : 대규모 동시 정전
순환정전을 하는 데는 매뉴얼이 따로 있다. 우선 피해가 적은 쪽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전력 공급을 끊는다. 크게 보면 일반주택이 우선순위이고 경공업 기타 중요고객 차례다. 15일 순환정전이 된 주요 대상은 차단 1순위로 일반주택과 저층아파트, 서비스업, 소규모 상업상가들이었다. 고층아파트, 경공업 공단, 상업 업무용 등은 차단 2순위지만 일부 은행과 공장 등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전력수급 안정화 조치는 모두 5단계로 돼 있다. 예비전력 400만~500만㎾ 수준은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한 준비 단계에 해당한다. 300만~400만㎾의 ‘관심’ 단계로 들어가면 가동 가능한 모든 발전기를 가동하게 된다. 200만~300만㎾의 ‘주의’ 단계로 들어가면 자율절전과 부하조절(전압 하향)을 시행하게 된다. 100만~200만㎾의 2급 ‘경계’ 단계에서는 직접부하제어(계약을 맺은 곳과 제한적인 전력차단)를 시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비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지는 1급 ‘심각’ 단계에서는 ‘긴급 부하조정’(단계적인 전력차단)을 시행한다. 이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한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굉장히 놀랐다”며 “(순환정전은)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취할 수 있는 긴급 부하조정과는 약간 다르고, 1급과 2급 사이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전력수급 현황을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3시 한때 예비전력이 148만9000㎾까지 떨어졌다. 2급 경계 단계에 해당한다. 지경부 관계자는 “약 350만㎾를 공급하는 양수발전에서도 물이 고갈되면서 전력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한전 쪽은 이날 전력 차단을 매뉴얼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예비전력량이 100만㎾ 아래로 떨어질 때 비상 강제차단(정전 조치)에 나서야 하지만 실제로는 300만~400만㎾에서 실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 100만㎾로 떨어질 때 강제차단에 나서면 너무 늦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규정대로 했다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정전 조치를 취할 때 지경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지만 이날은 ‘선조치 후보고’를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전 조치가 있은 3시 이후에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의 한 직원은 “예비전력량 속에는 24시간 후에나 운영 가능한 발전기들이 적지 않아 미리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이근 최현준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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