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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습 정전’ 보상금이 가구당 달랑 800원?

등록 2011-09-16 16:15수정 2011-09-16 19:54

15일 오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로 대구경북지역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오후 7시께 대구 수성구의 한 빌라 승강기가 멈춰 119구조대가 구조하고 있다. (사진=대구소방본부 제공)
15일 오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로 대구경북지역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오후 7시께 대구 수성구의 한 빌라 승강기가 멈춰 119구조대가 구조하고 있다. (사진=대구소방본부 제공)
경실련 “이번 사태는 인재…집단 소송 제기할 예정”
정부계산대로라면, 정전시간 전기요금의 3배 불과
 때늦은 무더위에도 전력사용량을 잘못 예측한 한국전력이 14일 오후 매뉴얼도 무시한 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전력공급을 중단해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 충청, 영남, 호남 등 전국 165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는 등 사상초유의 대규모 전력공급사태가 집단소송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엠비 인사가 빚은 예고된 인재, 집단소송 움직임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불가항력적인 사태라는 정부의 사태축소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했다.

 경실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사태는 인재에 의해 발생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는데도 정부와 한전이 국민들의 피해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나 피해 구제에 관심없이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전기공급에 의한 ‘면책’만을 운운하는 것은 한심스런 일”이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단전사태로 인한 피해자를 모집해 향후 정부와 한전의 조사결과 및 피해보상 등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을 경우 국민들과 함께 공익적인 차원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경실련 홈페이지(www.ccej.or.kr)에 피해사례 접수창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번 단전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고 처리 과정에서의 대응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또한 국민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정신적·경제적 피해에 대한 구제절차의 마련과 적정한 보상을 역시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정부계산대로라면 정전가구 보상금액 800원

 경실련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경우 인재 여부 입증이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 등 정부 당국은 불가항력적인 순환 정전이었기 때문에 한전에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현행 전기사업법과 전기공급 약관을 이유로 이번 정전대란이 인재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보상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47조와 48조에 따르면 한전은 전기의 수급 조절 등 부득이한 경우 전력의 제공을 중지 또한 제한할 수 있다. 또 49조 1항은 한전의 직접적 책임이 아닌 이유로 47조와 48조에 따라 전력의 제공을 중지 또는 제한할 경우 한전에 면책 권한을 주고 있다.

  또한 전기사업법상의 전기공급 약관을 보면 피해보상금액도 미미하다.

  전기공급약관 49조 2항에 따르면 정전으로 인한 피해보상액은 정전된 시간 동안 전기요금의 3배로 제한된다. 일반가정의 전기요금(도시 4인 가구 기준)이 월 평균 4만원인 점을 고려해 정전 피해를 단순 계산하면 가구당 피해보상액이 800원에 그친다.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의 경우 피해 보상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한여름을 지나 근본적으로 발전기 점검체제에 들어선데다, 때늦은 무더위라 해도 이날 전력 사용량의 기울기가 거의 수직에 가까웠기 때문에 한전의 책임으로 인한 피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송을 준비중인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인 박경준 변호사는 16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3주가량 피해사례 및 원고인 모집, 법리 검토과정을 거쳐 다음달 중으로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당국의 면책사유 주장에 대해 “예측보다 전력수요가 과다한 경우 수급조절할수는 있지만 한여름에도 수급조절이 가능한 나라에서 수급조절에 실패한 것은 분명한 인재로 면책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당국은 수급조절 면책 사유 조항 이외에도 비상재해 및 기타 불가항력 사유를 제기하고 있으나 불가항력 의미를 확대해서는 안된다”면서 “사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공익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손해배상액 제기의 규모에 대해 “1984년 서울 망원동 수해피해(펌프장 붕괴로 한강이 역류해서 생긴 피해) 보상 집단소송 배상금 규모 53억원 이상의 피해액 규모가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엘레베이터 1900건 중단, 양식장 물고기 집단폐사 

예고없는 전국적 정전사태로 인한 산업시설 가동중단 등 피해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중소기업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은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면서 제조업체 20여 곳이 조업을 중단했다. 구미공단 지역도 전기공급이 갑자기 끊기면서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대전산업단지도 예고없는 전력공급 중단으로 공장들이 한때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속출했다. 강원도 강릉과학단지에서는 20여개 업체가 정전 중단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냉장고가 필수적인 정육점과 음식점 등의 피해는 더욱 컸다. 양식장에서는 기르고 있던 물고기들도 정전사태로 집단 폐사했다.

 특히 인공호흡기 등 전자 장치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중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는 대부분 비상전력을 가동해 지금까지 큰 피해는 없었으나 예고없는 전력중단 조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적으로 1900건이 넘는 승강기 운행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승강기에 갇힌 사람만 3000여명에 달하는 등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 정부는 “불가피했다” 

그런데도 주무장관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국적인 정전대란이 발생한 지 5시간이 지난 저녁 7시48분께인 대국민 사과성명을 서면으로 대체하는 안이한 사태인식을 드러냈다.

 이 성명에서 최 장관은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이라는 불가피한 조치를 하게 되었다”라며 불가항력적 사태임을 강조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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