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결혼·폭행 원인 불구
법무부, 귀화승인에 인색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
법무부, 귀화승인에 인색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
중국인 여성 왕아무개(39)씨는 4년 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인과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은 결혼 이튿날부터 자신을 마사지 업소에 보내 일하게 했다. 일주일간 일하던 왕씨는 사기결혼 사실을 깨닫고는 도망쳤다. 위장결혼을 수사하던 검찰은 왕씨도 가담했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법무부가 체류 연장을 불허하면서 왕씨는 결국 불법체류자가 됐다.
이에 왕씨는 2008년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고, 지난해 9월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왕씨는 이 결정을 근거로 법무부에 체류 연장을 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헌재 결정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1년이 넘도록 체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일을 나갈 수 없게 된 왕씨는 쉼터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왕씨처럼 국제결혼을 했다가 사기결혼, 가정폭력 등으로 자신의 잘못 없이 가정이 깨어진 결혼피해 여성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내 노동시장 보호’ 등을 이유로 이들의 체류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결혼이민자 중 귀화를 허가받은 사람은 2008년 7916명에서 2009년 1만7141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만272명, 올해엔 8월 기준 6426명으로 점차 줄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국민의 배우자(F-2)’ 비자를 발급받아 체류 자격을 얻은 뒤 2년이 지나면 귀화 신청 자격이 생긴다. 그러나 그 전에 이혼하면 비자가 말소돼 불법체류자가 된다. 지난 7월 기준으로 결혼 이민자 중 불법체류자는 9979명으로 전체의 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고 국적법은 외국인의 귀책사유 없이 이혼이 이뤄졌을 경우 2년이 안 됐더라도 귀화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왕씨를 비롯한 결혼피해여성을 돕고 있는 최황규 서울중국인교회 목사는 “법무부가 국적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헌재 결정마저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체류를 허가하지 않아, 많은 결혼 이주여성들이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입국경위와 국내 생활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혼피해 당사자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결혼이민자가 이혼했을 때는 한국에 남을 이유가 없는 만큼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경미 최우리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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