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유기농 동향
21세기 선진농업을 끌고가는 가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지역화(localization)이다. 유럽이나 미국, 오세아니아 어디를 둘러봐도, 농업정책가들과 농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 주변의 물과 땅, 공기에 부담을 주는 반환경 농업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농업의 대안인 유기농에 주목한다. 농업의 지역화는 이동거리와 탄소배출을 줄이고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해 이웃 농민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과 동의어로 다뤄진다.
세계의 농업은 이미 유기농 쪽으로 큰 물줄기를 틀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으로 모두 다 갈 수는 없다 해도, 유기농을 지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조성됐다. 유기농 경작지가 가장 넓은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무려 1202만㏊에 이른다. 뉴질랜드까지 합치면 전세계 유기농 경작지의 38%가 오세아니아에 있다.
경지면적에 견줘 유기농이 가장 활발한 대륙은 역시 유럽이다. 오스트리아는 유기농지가 총 경지면적의 17.4%에 이른다. 스웨덴(10.8%), 이탈리아(7.9%), 독일(5.4%), 영국(4.6%), 스페인(4.5%)이 뒤를 따른다. 면적으로 따지면, 이탈리아(100만2000㏊), 독일(90만8000㏊), 영국(73만7000㏊) 등은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인 80만㏊대를 넘어서거나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본은 유기농지가 전체 농경지의 0.2%인 9000㏊에 불과해, 우리보다 사정이 더 열악하다.
2008년의 세계 유기농식품 시장 규모는 468억달러로 6년 전인 2002년의 219억달러보다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특히 유럽 나라들의 유기농시장은 세계 유기농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2002년 이후 변함없이 연평균 15%대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독일의 시장 규모가 50억달러로 가장 크고, 영국(32억달러), 프랑스(26억달러), 이탈리아(25억달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1997년 36억달러이던 유기농식품 시장 규모가 2008년 196억달러로 11년 사이 5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유기농식품 시장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중국은 유기농지가 전체 농경지의 0.3%에 불과하나, 절대 면적으로는 185만3000㏊나 된다. 2007년의 유기농식품 수출 규모가 19억6000만달러로, 1997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37.4%의 수출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유기농식품 시장은 2007년 이후 연평균 30%씩 늘어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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