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마트 등 지원해도 주간은 “나이 많다” 퇴짜
잠 못자고 몸이 망가져도 체력 약하다 잘릴까 걱정
잠 못자고 몸이 망가져도 체력 약하다 잘릴까 걱정
정아무개(52)씨는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하루 7시간씩 ‘야간 알바’를 한다.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의 용돈벌이 일거리쯤으로 인식되는 편의점 알바지만 정씨에게는 절대 놓을 수 없는 ‘밥줄’이다. 시간당 4800원씩 7시간을 일해 그가 하루에 버는 돈은 3만3600원. 한달에 이틀만 쉬고 꼬박 일해 10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최근까지는 낮 시간에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운전 알바’를 했는데, 학원 운영이 어려워져 새 일감을 찾는 중이다. 현재로서 그에겐 편의점 야간 알바가 유일한 고정수입원이다. 정씨는 식당을 운영하다 1년 반 전 빚만 지고 문을 닫은 뒤, 8개월째 ‘알바 인생’을 살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힘들고 몸도 많이 망가져요. 그래도 야간이니까 써주지, 주간엔 우리 같은 늙은이들 안 써요. 일종의 ‘틈새시장’이랄까. 젊은 애들은 힘들다며 자꾸 그만두니까…. 우리 나이대는 가족이 딸렸으니 힘들어도 버티는 거죠.” 정씨는 막내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막내를 대학 졸업시킬 때까지는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40~60대 ‘알바족’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다 폐업한 ‘가장’들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2006년 230만명이던 40~60대 임시직 근로자(알바)는 2008년 253만1000명으로 증가했고, 2010년에는 271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에 드는 일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과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40~60대는 야간 알바 등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아무개(49)씨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는 식당에서 배달 일을, 밤 12시부터 2시30분까지는 헬스장에서 청소를 한다. 이씨는 그동안 피시방·편의점·패스트푸드점·대형마트 등 주간 알바에 닥치는 대로 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나이가 많다’고 퇴짜를 맞았다. 이씨는 “밤낮이 바뀐 탓에 좀 힘들지만 이나마 감지덕지”라며 “헬스장 야간 청소 일은 바닥을 전부 닦고 수건 세탁까지 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지만, 2시간 남짓 바짝 일하면 된다는 점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젊은층은 야간 알바를 하다가도 조건이 더 좋은 알바 자리나 정규직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40~60대는 이런 기회도 거의 없다. 신아무개(60)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주유소에서 주말을 빼고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하고 한달에 100만원 남짓 받는다. 그는 “찜질방에서 6개월 동안 새벽 청소 일을 하다 너무 힘들어 그만뒀는데, 또다시 야간 알바로 되돌아왔다”며 “조건이 좋은 곳은 나이 많은 사람을 뽑지 않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암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송아무개(45)씨는 “젊은 애들은 힘들다며 말 한마디 없이 일을 펑크 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중장년층은 최소한 그런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야간에는 술 취한 사람도 많고 강도 사건 등 만일의 사태까지 고려할 때 나이 든 사람이 더 낫다”고 말했다.
유선희 정환봉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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