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노인요양원 바로바로서비스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많이 기다렸는데….”
뇌졸중 후유증으로 부분 마비가 닥쳐 거동이 불편한 민아무개(64)씨는 날마다 아침 9시를 기다린다. 노인전문요양원인 서울시립송파노인요양원의 바로바로센터 직원이 이 시간이면 그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며칠 전 민씨가 “방이 너무나 어둡고 삭막해서 화초를 키우려고 하는데…”라고 말하자, 바로 그날 오후 그의 침실 머리맡에는 예쁜 화분에 담긴 화초가 놓였다. 그는 “지난번에는 바로바로센터에서 휴대전화를 사줘서 이민 가서 한동안 소식이 끊긴 딸과 전화 통화도 했다니까. 필요한 것을 말하면 바로바로센터에서 바로바로 해주니까 기분이 아주 좋아”라고 말했다.
송파노인요양원 바로바로센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 전달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날마다 전담 직원이 찾아가 필요한 것이나 불편한 이야기를 듣고 그날 바로 또는 되도록 조속히 들어준다.
노인들의 요구는 다양하다. 처음엔 “입이 심심하니 떡 좀 사다줘”처럼 과자·아이스크림 등 먹고 싶은 음식을 사달라거나, “어깨가 너무나 쑤셔 파스 좀 붙여다오”같은 단순한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날씨가 화창하니 산책 같이 가자”, “그냥 심심한데… 나랑 이야기나 좀 하자” 등으로 다양해졌다. “화초를 가꾸고 싶다”는 민씨처럼 요양시설 안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요구도 많아졌다.
송파노인요양원이 지난 2월부터 바로바로센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입소한 노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노인들은 “그동안 요양원 생활이 갇혀 사는 것 같이 답답했는데 요즘은 자식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필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내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송파노인요양원 바로바로센터의 서비스가 노인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자, 나머지 시립노인요양원 6곳에서도 바로바로센터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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