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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래로 영등위 추천받은 ‘러시아 접대부’들

등록 2005-07-13 19:40수정 2005-07-14 11:07

공연 흥행 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들이 11일 밤 서울 영등포의 ㄱ나이트클럽에서 불법적으로 ‘접대부’ 영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공연 흥행 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들이 11일 밤 서울 영등포의 ㄱ나이트클럽에서 불법적으로 ‘접대부’ 영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립싱크로 몇곡만 하고 술시중”

“홀에 손님도 없는데 러시아 아가씨랑 룸에서 노시죠.”

지난 10일 밤 서울 관악구 유리성나이트클럽 입구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일요일이라 손님이 없어 ‘부킹’도 쉽지 않다”며 “러시아 아가씨와 놀다 가라”고 붙잡고 늘어졌다. 웨이터의 안내로 나이트클럽 한 귀퉁이 방에 자리를 잡자 곧 늘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옷차림의 백인 여성 3명이 들어섰다.

“안뇽하세요. 만너서 반갑습니다. 저는 안나입니다.”

“23살”이라는 금발의 안나(가명)는 익숙한 태도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는 “돈 벌러 러시아에서 4개월 전에 왔다”고 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안나는 “술 취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지만,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러시아 여성이 나이트클럽에서 접대부 일을 해도 되느냐”는 질문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는 모두 이-식스(E-6) 비자를 받았다”며 말을 막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무대공연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추천을 받은 외국인 연예인이라는 얘기였다. 무슨 공연을 하느냐는 질문엔 “노래”라고 했다.

하지만 업소에서 확인한 이들의 노래실력은 가수로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게다가 안나나 그의 동료들은 3일에 한 번 두 곡을 부른다고 했다. 11일 영등포 금마차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소냐(가명)는 “매일 무대에 올라 몇 곡을 부르기는 하지만 립싱크를 하면서 춤을 출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술시중과 성매매 등 불법행위와 임금착취 등 인권침해가 문제돼 외국인 무희에 대한 공연흥행비자 발급이 중단되자, 일부 외국 연예인 공급업체들이 가짜 가수를 수입·공급한다는 풍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접대부 노릇을 하는 이런 가짜 러시아 여성 가수들이 있는 곳은 비단 유리성, 금마차뿐이 아니었다. 서울 강동구 메트로관광나이트클럽의 웨이터들은 아예 손님들에게 “화끈한 러시아 아가씨들이 있다”고 전화 홍보까지 했다.

이처럼 가짜 러시아 여성 가수들의 접대부 행태에 대해, 영등위는 “근로계약서를 확인하고 비디오로 얼굴과 서류의 사진을 대조해 보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서류와 비디오에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추천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등위는 올 상반기에 유리성나이트클럽 한 곳에만 무려 25명의 러시아 여성 솔로 ‘가수’를 한두 명 단위로 추천했다. 6개월 사이에 합창단 규모를 넘는 수의 솔로 가수를 한 업소에 추천한 셈이다.

이렇게 구멍난 영등위 심의를 거쳐 입국해 접대부로 일하는 러시아 여성들의 월급은 40만~50만원에 불과했다. 돈을 벌려면 술시중을 해야 하지만, 이들은 손님이 낸 팁 6만~7만원 가운데 고작 2만원을 받고 있었다. 한달에 단 이틀을 쉬며 오후 5시께 출근해 술에 쩌들어 새벽 4~5시쯤 퇴근하는 고달픈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금마차나이트에 러시아 여성을 공급하고 있는 ㅁ에이전시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 공연자를 공급했을 뿐 접대부 활동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으나, 이 업체는 소속 러시아 여성들을 숙식에서 출퇴근까지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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