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권력 대법원장 - (상)선임방식
‘사법부 독립’ 명분 대법원 구성에 사실상 전권
국민참여추천위·선거제 전환 등 대안여론 비등 “대법원장 임명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만들자!” “대법원장을 법관들의 선거로 뽑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없애자!” “법관회의를 통해 대법관을 선임하자!” 9월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 선임을 앞두고 대법원장의 권한·선임 방식과 관련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새 대법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윤재식·이용우 대법관의 후임자를 제청하고, 6년 임기 동안 대법관 13명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한다. 그만큼 이번에 바뀔 새 대법원장의 권력은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1인 권력, 대법원장=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은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40살 이상의 사람’ 가운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고,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된다.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런 절차를 거치면, 대법원장에게는 ‘사법권 독립’을 명분으로 견제받지 않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대법원장은 우선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104조)고 규정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한과 대통령의 임명권한으로 임명권이 나뉘어 있다. 그러나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의 전권을 행사한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행정수도 헌법소원 사건으로 최근 그 위상이 부쩍 높아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 권한도 대법원장 몫이다. 결국 대법관 13명과 헌법재판관 3명까지 모두 16명이나 되는 최고 법관의 인선 권한을 대법원장 한 사람이 쥐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판사의 임용과 재임용도 결정한다. 보직 권한도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몫이다. 물론 법관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인사가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일 뿐이다. 대법원장에게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반영되고 ‘중립성’이 담보돼야 하는 국가기관의 구성 권한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3명씩의 지명권이 그것이다. ‘숨겨진 권력’ 새 대법원장 인선에 시민사회가 새삼 주목하는 이유다. 대법원장 추천위부터 선거제까지=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대법원,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공청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한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독단적 제청으로 사법부 안에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형성될 경우에는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특히 법관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권 보장의 강화를 위한 사법부의 개혁이 필요하고 그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면, 국회가 사법부의 동의 없이도 법률로써 법원의 권한에 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통해 대법원장 및 대법관을 선출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2공화국 헌법 때처럼) 선거권자의 범위를 법관들로 한정시켜 선거를 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며 “외부의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게 선거제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헌환 서원대 교수는 “현행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있는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유신헌법 이래의 독재정권에 의해 행해지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문제”라며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도 대법원장의 결단 여하에 따라 형식적인 권한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법관 제청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 과정의 국민 참여를 제안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 추천자문위원회 등의 추천기구를 두어 대법원장 선임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관심을 촉발해 대법원의 정당성을 고양시키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안에서도 대법원장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성식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는 최근 낸 ‘대법원장의 권한과 그 범위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대법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법관의 인사 권한과 그 연장선에서 행사하는 대법관 제청에 우려를 표시했다. 윤 판사는 “법관 인사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그 모든 권한이 오로지 대법원장 1인에게 귀착된다는 것”이라며 “관료화한 법원의 분위기 속에서 법관 생활을 하다 대법원장에 의해 다시 ‘승진’되는 형식으로 대법관이 돼 대법원을 구성하는 현재의 제도 아래서 또다시 대법원의 서열화를 우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헌헌법 시대와 같이, 법관회의 등 법관 공동의 제청으로 대법관을 임명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민참여추천위·선거제 전환 등 대안여론 비등 “대법원장 임명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만들자!” “대법원장을 법관들의 선거로 뽑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없애자!” “법관회의를 통해 대법관을 선임하자!” 9월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 선임을 앞두고 대법원장의 권한·선임 방식과 관련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새 대법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윤재식·이용우 대법관의 후임자를 제청하고, 6년 임기 동안 대법관 13명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한다. 그만큼 이번에 바뀔 새 대법원장의 권력은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1인 권력, 대법원장=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은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40살 이상의 사람’ 가운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고,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된다.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런 절차를 거치면, 대법원장에게는 ‘사법권 독립’을 명분으로 견제받지 않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대법원장은 우선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104조)고 규정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한과 대통령의 임명권한으로 임명권이 나뉘어 있다. 그러나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이 대법원 구성의 전권을 행사한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행정수도 헌법소원 사건으로 최근 그 위상이 부쩍 높아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 권한도 대법원장 몫이다. 결국 대법관 13명과 헌법재판관 3명까지 모두 16명이나 되는 최고 법관의 인선 권한을 대법원장 한 사람이 쥐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판사의 임용과 재임용도 결정한다. 보직 권한도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몫이다. 물론 법관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인사가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일 뿐이다. 대법원장에게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반영되고 ‘중립성’이 담보돼야 하는 국가기관의 구성 권한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3명씩의 지명권이 그것이다. ‘숨겨진 권력’ 새 대법원장 인선에 시민사회가 새삼 주목하는 이유다. 대법원장 추천위부터 선거제까지=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대법원,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공청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한을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독단적 제청으로 사법부 안에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형성될 경우에는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특히 법관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권 보장의 강화를 위한 사법부의 개혁이 필요하고 그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면, 국회가 사법부의 동의 없이도 법률로써 법원의 권한에 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통해 대법원장 및 대법관을 선출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2공화국 헌법 때처럼) 선거권자의 범위를 법관들로 한정시켜 선거를 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며 “외부의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게 선거제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헌환 서원대 교수는 “현행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있는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유신헌법 이래의 독재정권에 의해 행해지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문제”라며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도 대법원장의 결단 여하에 따라 형식적인 권한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법관 제청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 과정의 국민 참여를 제안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 추천자문위원회 등의 추천기구를 두어 대법원장 선임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관심을 촉발해 대법원의 정당성을 고양시키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안에서도 대법원장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성식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는 최근 낸 ‘대법원장의 권한과 그 범위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대법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법관의 인사 권한과 그 연장선에서 행사하는 대법관 제청에 우려를 표시했다. 윤 판사는 “법관 인사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그 모든 권한이 오로지 대법원장 1인에게 귀착된다는 것”이라며 “관료화한 법원의 분위기 속에서 법관 생활을 하다 대법원장에 의해 다시 ‘승진’되는 형식으로 대법관이 돼 대법원을 구성하는 현재의 제도 아래서 또다시 대법원의 서열화를 우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헌헌법 시대와 같이, 법관회의 등 법관 공동의 제청으로 대법관을 임명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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