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직접 민주주의 지방선거서 투표·출마권 부여
민주화 가장 더뎌…여권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민주화 가장 더뎌…여권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디어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했다. 올해 초부터 중동을 휩쓴 ‘재스민 혁명’의 여파다.
사우디 압둘라 국왕이 25일 여성에게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출마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고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수 왕정국가인 사우디에서 지방선거는 유일한 직접민주주의 선거다. 그는 또 의회 격인 슈라위원회에도 2013년 시작되는 다음 회기부터 여성이 참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설을 통해 “우리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부합하는 모든 역할에서 여성을 배제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며 “이는 여러 고위성직자와 오랜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참정권 보장은 오는 29일 치러질 지방선거 뒤로 미뤄졌기 때문에, 실제로 사우디에서 여성이 투표에 나서는 것은 2015년에나 현실화될 예정이다. 사우디에서는 570명의 지방의원 중 절반은 투표로, 절반은 국왕의 임명으로 선출되며, 150명의 슈라위원회는 전원 국왕이 임명한다.
사우디는 2000년대 들어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이웃 나라들이 속속 여성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는 가운데서도 꿈쩍하지 않아, 아랍권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여성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라로 남아 있었다. 사우디는 또 여성이 운전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남자 친척의 허가 없이 일하거나 수술을 받는 것도 허용하지 않아 국내외의 비난을 받아 왔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채널인 <알아라비야>는 전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슈라위원회가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호응한 것으로, 올해 들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사태 여파로 거세진 여론에 결국 굴복한 셈이다. 지난 4월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에 리야드, 제다, 담맘 등 주요 도시에서 각각 수십명의 여성들이 참정권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우디의 지식인 60여명은 그동안 여성을 참가시키지 않는 지방선거를 거부하자는 운동을 벌여 왔다.
여성 참정권 보장이 사우디의 여성인권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사우디는 수니파 법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극도의 보수주의 국가로, 중동 지역에서도 가장 민주화가 더딘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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