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책 도둑도 도둑이 맞다니까요.”
서울 ㄱ문고 직원 서아무개씨는 지난달 책 절도 사건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서점을 나서던 한 손님을 직원이 불러 세웠는데, 책 10여권을 어디선가 구한 서점 띠로 둘러 책값을 치른 것처럼 꾸며 나가려던 참이었다. 서씨는 “영수증을 주워 와 계산이 끝난 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 ㄱ문고는 올해 초 큰 가방에 사전들을 담아 내빼려던 40대 캐나다 동포를 붙잡았다. 이 동포가 “500만원을 줄 테니 용서해 달라”고 하기에 이상해서 캐물으니, 그가 바로 4년 동안 사전 50~60권을 훔친 인물이었다. 훔친 책은 유학생들한테 팔아 왔다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도 생긴다. 대전 ㄱ문고의 정아무개 팀장은 ‘단골 할아버지’와 ‘점심 먹고 늘 들르던 약사’가 각각 가방에 4~5권을 담아 가려다 들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의 한 서점도 30대 단골을 붙잡았는데, 그는 대학생 때부터 45권을 훔쳤다고 실토했다.
서점들은 베스트셀러보다는 사전류나 법전, 수험서 등이 책 도둑의 좋은 표적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ㅎ문고의 한 직원은 “10만원이 넘는 두꺼운 대법전을 훔쳐 가는 걸 보면 기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백과사전을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몇 차례에 걸쳐 훔쳐 가는 것도 봤다”며 “인터넷에서 훔친 책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절도가 빈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대형서점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충동적인 절도가 많았던 데 비해 요즘에는 지능범이 많다”며 “매출의 1% 가량을 책 도둑이 의한 손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정민 인턴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