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일 신청…법관구성 다양화 의미
누굴 뽑아 어떻게 교육훈련시킬지 걱정
누굴 뽑아 어떻게 교육훈련시킬지 걱정
“1년6개월 변호사 생활을 경험한 뒤 판사로 돌아오니까 눈이 ‘3개’가 된 것 같다.”
14년 입고 있던 법복을 벗고 잠시 변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ㄱ부장판사의 말이다. 그는 “원·피고의 주장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 판사와 달리, 변호사는 현장에서 사건 의뢰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재판의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며 “짧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난 뒤 재판을 바라보는 ‘눈’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어서 조정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앞으로는 법원에 ㄱ부장판사와 같은 경력 법관이 늘어난다. 변호사·검사 출신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달 20~22일 변호사·검사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들의 신청을 받아 11월 초 20여명의 판사를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 인원은 해마다 늘어나 2012년에는 신규임용 법관의 50% 가량을 검사·변호사 출신 가운데 뽑는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판사들의 임용기준이 된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 대신 실무능력과 전문성, 인품 등을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 일원화’는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만으로 판·검·변호사를 결정하던 기존 인사구조를 뒤흔드는 ‘변화’를 말한다. 법관 구성이 다양해지고, 국민도 사회 경험을 한 판사들에게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 중요성만큼,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법조 일원화’가 도입되기 전 비슷한 경험을 한 경력 법관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법원은 1990년부터 해마다 일정수의 변호사 출신 판사를 뽑아왔다. 지금까지 118명의 경력 법관이 임용됐고, 이 가운데 정년퇴직 8명을 포함해 19명이 퇴직해 99명이 남아 있다. 판사 생활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순수 재야 출신 58명 가운데는 9명이 퇴직했다.
로펌 변호사로 7년 동안 일하다 2001년 임용된 ㄴ판사는 “일주일의 실무수습을 받고 판사실에 와서 처음 사건기록을 받아들었는데 눈앞이 캄캄했다”며 “제대로 된 판사로서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안에서도 변호사 출신 판사들의 업무처리 능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변호사 출신의 ㄷ판사는 “능력있고 적성에 맞는 ‘좋은 판사’를 어떻게 골라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임용 신청자들이 그동안 법원에 낸 각종 소송서류와 최근 5년 동안 수임사건, 사무실 직원 명단을 검토하고, 개업지의 법원장과 변호사협회의 의견도 들을 계획이다. 모의사건기록을 주고 의견을 묻는 방식의 실무면접도 치른다. 법관 임용 뒤에는 사법연수원에서 4~5주의 실무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으론 ‘변호사로서의 전문능력을 법원이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13년 동안 전문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ㄹ부장판사는 “학계나 특허청 등 전문기관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법원 안에서도 전문분야를 담당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 일원화’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법원 안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법조 일원화’의 취지에 따라, 8월 구성돼 임용심사를 담당할 법관인사위원회에 법조계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 일원화’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법원 안에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법조 일원화’의 취지에 따라, 8월 구성돼 임용심사를 담당할 법관인사위원회에 법조계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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