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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총맞은 것처럼~’ 이주민 가요제 녹였다

등록 2011-09-26 19:53

불가리아 출신 여성 코스타디노바 마리아 디미트로바(23)
불가리아 출신 여성 코스타디노바 마리아 디미트로바(23)
불가리아 디미트로바 대상…“한국서 학업 잇고 가수 꿈 키워”
“진짜 총 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어요. 너무도 기뻐 아직 믿어지지 않네요.”

불가리아 출신 여성 코스타디노바 마리아 디미트로바(23·사진)는 지난 25일 밤 경남 창원시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이주민가요제’에서 대상 수상자로 자신의 예명 ‘마리아’가 호명되자 1만여 관중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2~3초 동안 멍하니 서 있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시상대 앞으로 깡충깡충 뛰어나왔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이주민으로 뽑히는 순간이었다.

불가리아 동쪽 끝 흑해 연안 항구도시인 부르가스에서 나고 자란 디미트로바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2007년 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실의에 빠져 두 달가량 두문불출하던 그에게, 대한민국이라는 생소한 나라에 사는 선배로부터 ‘희망의 메시지’가 왔다. 부산 동래구 호텔의 이른바 ‘밤무대’에서 활약하던 불가리아 7인조 그룹사운드 ‘메트로밴드’에 여성 가수가 급히 필요한데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지도에서 ‘코리아’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그때 처음 확인했다. 그러고 대학 학비를 마련할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4년쯤 지난 지금 그는 불가리아로 돌아가 대학을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학비는 마련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부산에서 낮에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밤에는 노래를 불러 돈을 버는 ‘주독야경’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계획을 바꿔 한국 대학에 진학해 국제무역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요제는 동료의 권유로 지난 5월 출전 신청서를 냈다. 전국에서 660여 팀이 출전한 올해 대회에서 그의 목표는 결승 무대를 밟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가요인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불러 1, 2차 예선을 무난히 통과하고, 결승에서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지는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오늘 밤 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여기에 남아 진짜 한국가수가 되고 싶어요.”

자신의 힘으로 반드시 대학에 들어가겠다며 지구 반대 쪽까지 날아온 마리아의 꿈은 장소가 불가리아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을 뿐, 더욱 영글어가고 있는 듯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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