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부업자에 1천만원
자신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의 피의자한테서 뇌물을 받은 ‘투 캅스’가 검거됐다. 그냥 주는 돈을 받아챙긴 게 아니라 뇌물을 적극 요구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사급 경관 2명이 불법대부업체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한테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청과 서초경찰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 경관 2명은 중개수수료를 가로채는 등 대부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대부업자 이아무개씨에게 사건을 축소해주는 대가로 5천만원을 요구해 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뇌물 요구 정황이 담긴, 담당 경찰관과 피의자 사이의 통화 녹취 파일, 금품을 마련 경위에 대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대부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이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이들에 대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파면 등 최고 수위의 징계 처분을 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강남권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자, 지난 7월18일부터 강남·서초·수서 등 3개 경찰서만을 전담하는 특별감찰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조현오 청장은 비리 방지를 위해 강남지역에서 누적해 5~7년 근무한 형사들을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킬 수 있는 인사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특별감찰팀까지 꾸려 단속에 나서고 순환인사제도까지 실시하는 마당에 강남권 경찰의 뇌물 비리가 또다시 적발됨에 따라 경찰의 자정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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