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의무사항 아닌탓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교장선생님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수화는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는다”였다. 영화 속 자애학교에는 수화를 할 줄 아는 선생님이 거의 없었다.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청각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학교에 수화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해, 학생들의 의사소통이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수화통역사들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말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상 청각장애 특수학교의 교사들은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딸 필요가 없어, 개인적인 의지에 따라 수화를 익히고 있다. 교과부는 자체 조사 결과, 수화를 할 수 있는 특수학교 교사가 92%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수화통역사나 청각장애인단체 쪽은 교사들이 간단한 수화만 할 수 있을 뿐 대부분 전문적인 수화교육을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설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6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직권조사하면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청각장애 특수학교 교사 548명 중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는 21명으로 3.8%에 그쳤다. 인권위는 “표준 수화가 있지만 특수교육 현장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장애 아이들은 (일종의 사투리 개념인) 약식 수화를 사용한다”며 “이는 아이들의 의사소통 장애와 학습능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25년 경력의 안석준 수화통역사는 “기존 선생님들의 교육이수 과목에 수화교육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하거나,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따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특수교육과 관계자는 “청각장애인들도 수화뿐 아니라 구화(상대의 입 모양 등을 보고 이해하는 의사소통법)나 대필 등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원하고 있어, 꼭 수화교육만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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