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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서지는 구럼비 바위 옆에서 평화기원 백배

등록 2011-10-02 11:24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포구에서 1일 열린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 - 울지마 구럼비! 힘내요 강정!’평화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공연에 맞춰 흥겨워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포구에서 1일 열린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 - 울지마 구럼비! 힘내요 강정!’평화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공연에 맞춰 흥겨워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1일 구럼비 살리기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 열려
경찰버스 배치됐지만 1000여명 참여 축제 마당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에 굴삭기가 구럼비 바위 해안을 부수는 가운데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하나였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구럼비 살리기 전국시민행동’이 1일 해군기지 공사장 인근 강정포구 일대에서 마련한 ‘강정마을 생명평화축제 - 울지마 구럼비! 힘내요 강정!’평화문화제는 전국에서 찾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치러졌다.

 ‘육지경찰’870여명을 포함해 경찰 1200여명이 수십여대의 버스와 각종 진압장비들이 비좁은 도로가에 배치된 가운데 치러진 이날 행사는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의 마당이었다.

 제주도민의 참여가 많았다. 제주도 전지역에서 강정포구를 찾은 대형버스만 26대에 이르렀고, 상당수의 시민들은 자녀들과 함께 찾아 직접 ‘평화’를 교육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 김재윤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곽정숙 국회의원도 찾아 주민들과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날의 강정해안은 지난달 3일 첫 평화문화제 때 보던 강정해안과는 달라져 있었다. 공사현장은 기반정지작업으로 평탄화됐고, 굴삭기와 대형트럭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해안에는 순시선이 떠 있었다.

 포구에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내건 ‘생명평화 강정마을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펼침막이 행사 참가자들을 환영했고, 페이스페인팅, 붉은발 말똥게 모형 등을 만드는 평화공작소, 평화책 만들기 등의 코너가 마련돼 아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후 5시가 되자 제주도 내 각 지역에서 출발한 ‘평화버스’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마을주민 20여명은 포구 입구에서 양쪽으로 나란히 서서 ‘환영한다’며 박수를 쳤고, 참가자들은 ‘고생하신다’고 화답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1일 평화문화제 참석한 시민들을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1일 평화문화제 참석한 시민들을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날이 저물면서 축제는 본격화됐다.

 오후 7시. 포구는 1000여명의 참가자들로 넘쳐났다. 마을주민 윤경용씨의 사회로 진행된 본행사에서는 지난달 25일 구속된 강동균 마을회장의 옥중메시지가 전달됐다.

 강 회장은 “해군기지 문제는 강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 세계의 눈이 강정을 바라보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며 “아름다운 강정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희망의 끊을 놓지 말자”고 호소했다.

 강정마을 아이들이 무대에서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며 부른‘나의 살던 고향은’은 부서지고 있는 구럼비 바위 해안과 대조되면서 참가자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민 박세범(76)씨는 “지금은 감귤수확에다 마늘, 화훼 파종시기여서 강정마을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라며 “그래도 평화를 염원하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많은 주민들이 찾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를 만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알린 화가 고길천씨는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거둔 성금을 마을회에 전달했다.

 이어 노래와 밴드공연이 이어졌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원하는 수백개의 풍등을 날려보내 밤 하늘을 수놓았다.

 축제는 1박2일로 진행됐다. 오후 9시께 공연이 끝나자 ‘철책선 주변의 삶’영화가 사영됐고, 10시30분에는 행사에 참여한 누구나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소리 질러! 펜스를 날려!’ 난장평화콘서트가 진행됐다. 2일 새벽 1시부터는 밤샘영화제와 구럼비 난장 ‘평화, 그 새벽을 향하여!’시간이 마련돼 오멸 감독의 ‘어이구, 저 귓것’, 잼 다큐 등이 이어졌다.

 이윽고 동터오는 새벽 6시. 난장에 남아있던 참가자들은 바다를 보며, 구럼비를 보며 저마다의 장소에서 생명평화 기원 백배를 올렸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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