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검찰 출석…신재민에 준 금품내역 제출키로
두번째 검찰 출두를 하루 앞둔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2일 “2009년 에스엘에스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획수사라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며 재판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3월 창원지법에서 열린 공판 내용 중 김아무개 당시 에스엘에스조선 사장의 증인심문조서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검사가 “지난 2월 민정수석실에 와서 ‘이국철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대로 놔주어서는 안 되니 김 사장이 (이 회장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했고, 김 사장은 “그런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조서 내용을 근거로 들며 이 회장은 “기획수사가 아니라면 왜 (청와대에서) 불법사찰을 했는지 권재진 장관은 진실을 밝혀라”라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해 대구지역 언론사 출신 사업가 이아무개씨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회사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4~5월께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이씨가 ‘민정수석과 청와대 쪽을 잘 안다. 잘되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이씨가 회사 구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회사의 고문으로 임명했고, 활동비 명목 등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가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자, 이씨를 소개해준 친구가 5억원을 빌려줘 총 6억원을 이씨에게 줬다고 이 회장은 주장했다. 이 회장은 돈을 준 뒤 이씨로부터 ‘권재진 수석을 세번 만났다, 권 수석이 청와대에 말해뒀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은 지난해 여름 이씨와 함께 여권의 박아무개 전 의원을 만나 에스엘에스그룹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는 “(권 수석을 만나러) 요청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해 못 봤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이 회장이 지난 8월 국회에서 기자회견하면서 비슷한 말을 했을 당시, 장관께서 ‘나 정말 (이씨와) 일면식도 없고,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은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10억여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내용과 관련해 신 전 차관이 사용했다는 그룹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이날 공개했다. 이 회장이 공개한 문서는 법인카드의 사용처와 금액이 정리된 국외 은행 쪽 자료로, ‘2008년 9월9일 롯데쇼핑 1100달러’, ‘2008년 9월10일 신세계백화점 1284달러’ 등이 적혀 있다. 총 사용액은 1억원 남짓이다. 이 회장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 안에 면세점이 들어 있는데,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는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며 “신 전 차관이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확실히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법인카드 전표와, 올해 1~7월 신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는 스포츠 실용차(SUV)의 리스 비용 내역, 신 전 차관에게 전달했다는 상품권 구매 영수증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관한 모든 자료를 3일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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