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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서운 10대’ 친구 국밥집에 취업시켜 임금갈취

등록 2011-10-03 11:32수정 2011-10-03 14:10

파주 고교생 돈 뜯은 것 모자라 국밥집 취업 강요
학교 교사 “학생들 세세한 사정을 어떻게 다 아나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시로 동급생을 때리거나 돈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국밥집에 취업시켜 임금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학교는 이런 학교폭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1년 가량 방치해 비난이 일고 있다.

 3일 파주경찰서와 파주시 ㄱ고등학교 등의 말을 종합하면, ㄱ고등학교 2학년 정아무개(17)군은 지난해 9월부터 같은 학교 박아무개(17)군 등 동급생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돈과 게임기 등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1년여간 50여만원을 빼앗긴 정군이 지난 8월부터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하자 가해 학생들은 정군을 파주시 목동리의 한 국밥집에 취업시켜 일주일간 약 4만원의 돈을 뜯어냈다. 가해 학생들이 정군에게 관련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정군은 어쩔 수 없이 국밥집에서 일을 해야 했다. 가해 학생들은 정군에게 보낸 협박 문자메시지를 모두 지우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정군은 이러한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9월부터 학교 수업을 포기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정군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동반한 대인기피증세를 보여 6개월간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정군이 1년여간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동안 학교 쪽은 사건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정군의 이상한 증세를 파악한 정군의 가족들이 지난 4월 정군의 담임을 찾아가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 쪽은 제대로 사실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가해자 박군이 정군을 협박해 학교에 거짓을 말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피해자 정군과 가해 학생들 사이에 화해를 주선하려고 애썼다. 보다못한 정군의 학부모는 가해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경기도교육청에 관련 사실을 직접 알렸다. 정군의 삼촌인 정동환(41)씨는 “학교가 외부에 이 사건이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덮기에 급급했다”며 “어떻게 이런 상태에서 학생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맡길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는 또 “학교가 대책으로 내어놓은 게 정군을 다른 학생들과 격리시켜 따로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건데 피해 학생의 따돌림을 더욱 가중시키는 안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박아무개 학생부장 교사는 “15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세세한 사정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나”라며 “정군의 담임이 올 봄에 병가를 내어버리는 바람에 사태 파악이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피해 학생을 격리시키는 것에 대해선 “교과부의 학교폭력사안처리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찰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파주경찰서 강력팀 관계자는 “단순 금품을 빼앗는 걸 넘어 강제로 취업까지 시켜 일하게 한 것은 한 단계 진화한 학교 폭력”이라며 “사안이 심각해 여성청소년계가 아닌 강력팀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최근 이러한 수법의 학교 폭력이 드문드문 발생하고 있어 교육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커지자 해당 학교는 지난 2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들의 리더 역할을 한 박군을 전학하도록 하고 나머지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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