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열린당 돈줄로 보고 기획수사”
권재진, 지난 8월 공개 밝히고도 미적
권재진, 지난 8월 공개 밝히고도 미적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은 2009년 9월 시작된 창원지검의 수사를 ‘그룹 해체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그해 11월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도움을 받아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에스엘에스조선 직원인 최아무개씨의 제보 내용이 민정수석실을 거쳐 창원지검에 배당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 회장은 이 대목을 근거로 ‘청와대의 수사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4~5월께 회사를 되찾으려고 대구 지역 신문사 간부 출신 이아무개씨를 통해 권 수석에게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원외 실력자로 알려진 박아무개 전 한나라당 의원을 이씨와 함께 만났다고 했다. 검찰 수사와 워크아웃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간 ‘기획사정’이라는 얘기다.
이 회장의 의심은 2009년 9월15일 실시된 창원지검의 에스엘에스그룹 압수수색에서 시작된다. 이 회장은 검찰이 자신을 ‘열린우리당의 자금책’으로 보고 표적수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 권재진 법무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회장은 “‘에스엘에스조선에서 배당금 400억원을 횡령한 뒤 이를 열린우리당에 낸 자금책이며,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관계에 로비를 하였다’는 게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400억원 배당 흔적도 없고 비자금 횡령 흔적도 없었다. 그래서 별건수사로, 다른 것으로 기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창원지검 특수부에서 조사받을 때 “왜 하필 열린우리당이냐”고 물으니 검찰 관계자가 “노무현 대통령이 학교 어디 나왔냐. (에스엘에스조선) 이○○ 사장이 부산상고 나오지 않았냐. 그러니까 (당신이) 열린우리당 자금책 아니냐”며 몰아세웠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수사를 ‘기획사정’ 또는 표적수사라고 오해할 만한 소지가 충분한 셈이다.
결국 기획사정설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열린우리당의 자금책으로 지목됐다”고 이 회장이 주장하는, 창원지검의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공개적인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권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게 영장 공개를 요구받고 처음에는 “국회에 수사기록이 제출된 예가 없다”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다가 “한번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3일 “(에스엘에스 압수수색 영장 공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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