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NL 운동과 오늘의 386 세대”
"이제는 이 시대의 기득권으로 성장한 '386'들 중 일부는 여전히 변화를 거부한 채 대학시절 자취방과 구로동 공단 근처의 냄새나는 골방에서 끼리끼리 모여 세미나를 벌일 때처럼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20년 전과 똑같은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 아닐까?"
1985-86년, 서울대를 필두로 하는 대학가에 이른바 PD(민중민주주의혁명론)과 NL(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파로 대표되는 운동론이 태동하던 그 시점에 서울대 출입기자였던 조선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우태영(47) 씨는 근간 '82들의 혁명놀음'(선)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가 지목하는 '20년 전과 똑같은 저주'의 증세는 무엇일까?
"대다수 386이 볼 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으며, 부유층은 아파트 투기로 불로소득을 거두고 있다. 2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세력을 잡고 있으며, 남북한 간의 대치상태도 여전하고, 국가보안법도 그대로이다. 미국은 여전히 민족의 통일을 가로막는 제국주의 세력이다."
20년이라는 간극을 둔 386의 어제와 오늘을 우씨는 '강철'이라는 필명으로 85년 무렵 NL파 이론을 제공한 김영환이라는 당시 서울대 법대생을 고리로 추적한다.
'강철 서신'. 요즘 대학가에서는 아마도 잊혀진 전설이 되었지만 소위 80년대 대학가에서 이 서신은 너무나 유명했다. 86년에 모두 5건이 나온 이 서신은 '품성론'을 들고 나왔다. 지금 보면 '공자님 말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거만하지 않은 품성, 아랫사람들에게 군림하지 않는 태도가 진정한 품성이란다.
이처럼 지극히 평범한 도덕론을 무기로 운동권을 파고든 '강철 서신'은 지금 보면 조금은 낯뜨겁게 느껴지는 다음과 같은 북한 예찬론을 펼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귀가 따갑도록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고 들어온 바로 그곳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특히 노동자들이 얼마나 풍족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고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강한 자발적 의지를 갖고 노동하고 있으며, 단순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저자에 의하면, PD보다 출현은 늦었으나 학생운동권 주류를 장악한 NL은 한국을 미국 식민지로 규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축출하는 일을 당면 과제로 설정하며, 그 다음 북한과 연대한 민족통일을 이룩하고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자고 했다. 저자는 20년이 지난 지금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그 때의 NL을 파고 들었을까? 기자의 기록 정신에서? 그것은 아닌 듯하다. 전두환 정권을 비롯한 "과거의 이른바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거의 없"으나 이들을 극렬히 비판한 그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는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김정일 체제의 유지가 중요하다 하며 대북지원을 강조"하고,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인정하면서도 박정희는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분배 중시의 사회주의적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현재의 386이 결국은 그 뿌리가 20년 전의 NL에 있다는 것이다. 236쪽. 9천500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서울=연합뉴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귀가 따갑도록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고 들어온 바로 그곳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특히 노동자들이 얼마나 풍족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고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강한 자발적 의지를 갖고 노동하고 있으며, 단순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저자에 의하면, PD보다 출현은 늦었으나 학생운동권 주류를 장악한 NL은 한국을 미국 식민지로 규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축출하는 일을 당면 과제로 설정하며, 그 다음 북한과 연대한 민족통일을 이룩하고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자고 했다. 저자는 20년이 지난 지금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그 때의 NL을 파고 들었을까? 기자의 기록 정신에서? 그것은 아닌 듯하다. 전두환 정권을 비롯한 "과거의 이른바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거의 없"으나 이들을 극렬히 비판한 그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는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김정일 체제의 유지가 중요하다 하며 대북지원을 강조"하고,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인정하면서도 박정희는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분배 중시의 사회주의적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현재의 386이 결국은 그 뿌리가 20년 전의 NL에 있다는 것이다. 236쪽. 9천500원.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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