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42회.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142회] ‘직설’ 한홍구·서해성 출연
직설에서 만난 안철수·박원순·홍준표 등 인터뷰 뒷이야기
직설에서 만난 안철수·박원순·홍준표 등 인터뷰 뒷이야기
“안철수는 한마디로 말하면 ‘3초 뒤’다. 꼼수를 쓸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 뒤’다. 말을 백신으로 치료하듯 한다. 그게 (사람을 설득하는데) 죽이는 방법이다.”
‘개념 구라’ 두 팀이 한 무대에 나란히 출연해 입씨름을 벌였다. 안철수 등 유력한 대권 후보와 정치계 인사들도 그들의 ‘구라’와 ‘뒷담화’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겨레신문 웹방송 <하니TV>의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에 ‘직설’의 주인공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장’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소설가 서해성씨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한겨레>에 우리 사회 주요 인사 50여명을 초대해 파격적인 대담을 한 ‘직설’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직설을 책으로 묶어 홍보차 뉴욕타임스를 찾은 터다.
‘노무현 관장사’ 파문…논리가 정서를 이기지 못해 일어난 사건
진행자인 김용민씨는 두 사람을 소개하면서 “한때는 ‘관장사’를 하다가 오늘은 책장사 하러 나왔다”고 좌중을 웃겼다. 직설이 초기에 ‘놈현 관장사’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진영을 비하했다는 설화와 필화를 겪었던 것을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
한홍구 교수는 “노무현처럼 하겠다고 ‘노무현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노무현처럼 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은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교수는 당시 ‘관장사 파문’의 한 당사자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유 전 장관은 당시 한겨레신문 절독을 제안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적 있다)을 만나 나눈 뒷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유 장관이 ‘자기들은 아직 환자니까 환자로 내버려둬라’고 말하더라”며 “내상이 깊구나, 여전히 많이 아프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논리가 정서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 사건”이라며 “논리적으로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도, 정서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봐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총평했다.
안철수 현상에 정치의 원형질이 있다
두 사람은 직설을 통해 만난 여러 인사와 관련한 뒷담화를 들려줬다. 정치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변호사가 단연 화제로 올랐다.
서해성 소장은 안 원장과 관련해 “안철수를 한마디로 말하면 ‘3초 뒤’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려 정색하고 앞을 보고 이야기한다”며 “무슨 말을 백신으로 치료하듯 한다. 그게 (사람을 설득하는데) 죽이는 방법”이라고 총평했다.
서 소장은 ‘3초 뒤’의 의미에 대해 “꼼수를 쓸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라고 설명했다.
한홍구 교수도 “안 원장에게 묘했던 것은 저 사람이 아주 최선을 다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답을 생각하고 있구나, 찾아주려고 하고 있구나 하는 이미지를 주더라”며 “정치인과 이야기할 때 답이 안 나오면 ‘저렇게 해서 어떻게 정치를 하겠느냐’고 뒷말을 하는데, 안 원장은 답이 오는 시간은 늦어도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주더라”고 말했다.
김 총수는 안철수 현상을 이 시대에 없는 결핍이 안철수에게 있고, 정치의 본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서 그답지 않은 격찬을 쏟아냈다.
“안철수는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경영하고, 사는 것과 글 쓰는 것 등 모든 것이 일치하는 완성도가 높은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사기 치지 않을 것 같고, 그 사람의 말이 작전이나 구상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현상에는 시대의 결핍이 있다. 내가 배신을 당하거나 사기를 당하고, 이용을 당하거나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확 몰려간다.”
노무현 현상과 안철수 현상은 닮아
그러면서 김 총수는 “안철수 정치를 탈정치의 정치로 해석하면서 실제 정치를 하게 되면 자유주의적이고 우파로 갈 수 있다는 진단을 하는데 그것도 낡은 프레임”이라며 “지금 사람들이 보고 싶은 정치는 정치 안에 자기가 없이 진심을 다하는 것, 본연의 정치 내지는 원형의 정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에 사람들이 열광한 것도 안철수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런(원형의 정치) 측면이 있었던 것”이라며 “현실정치에서 그 기운을 정책으로 실현하고, 그 방향을 잃지 않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소장도 “기왕이면 맑은 물이 더러운 물속으로 들어가면 낫지 않겠나. 안철수가 정치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대치에 도달하려면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또 정치는 지나치게 윤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재미가 없다”고 안 원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원순에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갈라진 역사적 책임 있어”
박원순 변호사의 정치 행보에 대한 진단도 빼놓지 않았다. 한 교수는 “직설에 모셨을 때 박 변호사를 많이 갈궜다”며 “박 변호사가 시민운동을 활성화한 측면은 좋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가 망가진 이유가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이 갈라진 것인데, 거기에 박 변호사의 역사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박 변호사에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촛불 때 구실을 더 했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며 “길바닥에 나오지 않더라도 유모차 끌고나간 엄마들을 아동학대죄로 잡아갈 때 박 변호사 같은 사람이 그건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해줬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서 소장도 “박 변호사가 민주정부 10년 동안 친정부적으로 일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조건에서 기부를 받은 것은 맞지 않느냐”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좀 더 현정부와 대립하고, 직접 맞장뜨기를 원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서 소장은 “박 변호사가 활동한 영역은 또 다른 정부영역, 즉 정치와 밀접하게 결합한 또 다른 행정의 영역”이라며 “그런 일을 잘하기 때문에 서울시장을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갑, 가장 모시고 싶은 우파 정치인…박근혜 전 대표를 직설에 부르지 않은 이유
두 팀은 직설과 뉴욕타임스에 ‘가장 모시고 싶은 사람’으로 김용갑 한나라당 전 의원을 꼽았다. 김용갑 전 의원은 우파 가운데에서도 자존심이 있고, 원형적 우파 이데올로그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직설팀은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정치인으로 의외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목했다. 한홍구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는 섭외한 적이 없다”며 “직설이 원고지 50매는 들어가는데, 100단어 가지고 50매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도 “흔히 문학가들이 문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박근혜는 문장이 아니라 ‘나쁜 정치’, ‘나쁜 대통령’, ‘대전은 요?’ 등 단어가 되는 사람”이라며 “직설에 출연할 사람은 설령 이슈가 되더라도 ‘구라’가 없으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인터뷰 했다는 김 총수는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닌데, 안에 내용이 없다”며 “영국의 여성총리를 지낸 대처를 자신의 역할 모델로 삼는다고 하면서 대처의 경제정책이나 대처리즘은 잘 모르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직설팀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직설 뒤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홍 대표의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하기도 한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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