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2세 마쓰모토 게이고(66·한국이름 이석오)씨
마쓰모토, 서울대에 외국인 서가개관…“천국서 어머니와 한국말 대화”
“유학생들은 돈이 별로 없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책을 읽으려 해도 책값이 너무 비싸죠.”
재일동포 2세 마쓰모토 게이고(66·사진·한국이름 이석오)씨가 7일 자신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서울대 언어교육원 도서관의 ‘가교문고’ 개관식에 참석했다. 교육원 부속건물인 대림관 4층에 자리한 이 문고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자용 서가다.
그는 이날 문고를 둘러본 뒤 “애초 조그마한 규모의 서가를 염두에 두고 기부했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의 도서실이 마련돼 놀랐다”며 “앞으로 도서 구입에 쓰일 수 있도록 해마다 일정액을 기부할 계획”이라며 300만원을 즉석 기부했다.
여든이 넘자 일본어를 잊고 한국어만 했던 어머니(고 김소분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불효’가 가슴에 한처럼 남았던 게이고는 자수성가한 물류기업에서 은퇴한 뒤인 2009년 9월 모국어를 배우고자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과정에 등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언어교육원 한국어 6급 과정을 수료하면서 500만원을 기탁했다. 학급문고를 만들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지도 교사의 얘기를 듣고 기부한 것이다.
도서관 이름 ‘가교’도 그가 제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8년 스웨덴에서 만난 한국계 입양 여성에게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지 말고 스웨덴과 한국, 아시아를 잇는 가교가 되라”고 조언한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한국말을 배울 때 다짐대로 천국에서 다시 만나면 꼭 어머니와 한국말로 대화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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