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비자금수사때 신재민이 1명 직접 만나”
총 노트 5권 분량…자신 구속땐 모두 공개키로
총 노트 5권 분량…자신 구속땐 모두 공개키로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2009년 검찰의 비자금 수사 당시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소개해줬다는 사업가 김아무개씨를 통해 검찰에 적극적으로 구명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일 <한겨레>가 확인한 이 회장의 ‘비망록’을 보면, 이 회장은 신 전 차관과 사업가 김씨를 통해 검사장급 이상의 검찰 고위 간부 세명에게 회사를 살리기 위한 로비를 시도했으며, 이 가운데 한사람을 신 전 차관과 김씨가 함께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비망록에 정리한 검찰 고위 간부는 2009년 9월 당시 대검 관계자 한명과 지방검찰청의 검사장 두명이며, 이 가운데 한사람은 아직 공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망록에는 “김씨가 당시 대검 ㄱ씨와 지검장 ㄴ, ㄷ씨 등 총 세명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며 “김씨는 ㄱ씨와 ㄴ씨에게 10여년간 스폰(후원)을 했다”고 적혀 있다. 또 이 회장은 “2009년 10월 청담동의 한 일식당에서 검찰 고위층 인사와 신 전 차관, 김씨가 만났으며, 저는 당시 옆방에서 대기 상태였다”고 적었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회장 사무실 압수수색 당시 이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의 일부를 확보했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언론에 공개한 분량은 극히 일부분으로, (신 전 차관의 금품수수 건은 전체 사건의)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밝혔다. 공개되지 않은 비망록 내용에 대해, 이 회장은 “검찰 비리가 가장 크고, 정치인, 경제인 등이 모두 있다”며 “검찰도 압수수색 당시 이 비망록의 행방을 묻더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은 모두 노트 5권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회장은 자신이 구속될 경우 언론에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관련 자료를 참고하고 기억을 되살려 비망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 회장이 로비 통로로 지목한 사업가 김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억원 로비 사실을 강하게 부정했으며, 이 회장과는 사업 관계로 만난 적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날 이 회장을 세번째 불러, 김씨를 통한 검찰 로비 정황을 캐물었다. 신 전 차관도 9일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에게 김씨를 소개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개 시점은 2009년보다 훨씬 앞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2009년 9~10월께 김씨에게 검찰 로비용으로 건넸다는 1억원짜리 수표를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수표 추적을 통해 이 회장이 주장하는 검찰 로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경미 김태규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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