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터 가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이 대통령 사저 터로 매입한 3필지 가운데 한정식집 터(20-17 필지, 대지)에 바로 붙어 있는 20-36 필지(밭) 일부를 3.3㎡당 274만원에 사들였다. 이에 반해 청와대 경호처는 바로 그 옆의 밭 7개 필지를 이보다 2배 이상 비싼 평균 3.3㎡당 628만원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1일 “20-36필지는 낮은 구릉지라서 싸게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12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이 대통령 사저 터를 찾아가 보니, 청와대의 이런 해명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한정식집이 있던 20-17 필지(대지)에서 계단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문제의 20-36 필지가 나온다. 청와대 설명처럼 구릉지이긴 했지만, 인근의 다른 밭보다 싼 값에 거래될 땅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곳은 한정식집의 후원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원용 탁자와 의자 등과 함께 잣나무·밤나무·살구나무 등 수령이 오래된 나무 수십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내곡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지와 붙어 있어 텃밭이나 정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밭의 경우, 시세보다 높은 500만~600만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20-36 필지가 구릉지라서 싼값에 거래되기보다는 대지와 붙어 있고 활용가치가 있어 오히려 일반 밭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20-36 필지를 지나 산책로를 따라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20-36 필지보다 두배 이상의 가격(3.3㎡당)을 주고 청와대 경호처가 매입한 30-8 필지(밭)가 나오는데, 이곳도 20-36 필지처럼 구릉지였다.
청와대가 “도로와 인접해 있어 밭이라고 해도 대지의 70~80% 정도로 호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고 밝힌 20-15 필지(밭)도 시세보다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20-15 필지처럼 20-17 필지(대지)와 붙어 있고 도로와도 접해 있는 20-21 필지(밭)는 지난달 22일 경매에서 4차례 유찰 끝에 3.3㎡당 101만원에 낙찰됐고, 감정가액은 3.3㎡당 16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부동산 경매 누리집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도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내곡동 그린벨트 지역에 30여년 동안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야산에 붙어 있는 밭뙈기를 누가 평당 650만원에 사겠느냐”며 “나랏돈이 가장 눈먼 돈이라는데 시형씨에게 몰아주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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