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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원장 한마디면 판사 수십명 ‘하방’

등록 2005-07-14 18:24수정 2005-07-15 01:51

최종영 대법원장(맨오른쪽)이 2001년 12월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빌딩 안의 한 식당에서 역대 대법원장을 초청해 만찬 모임을 연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 이일규, 유태흥, 민복기, 김용철, 김덕주 전 대법원장. 연합
최종영 대법원장(맨오른쪽)이 2001년 12월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빌딩 안의 한 식당에서 역대 대법원장을 초청해 만찬 모임을 연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 이일규, 유태흥, 민복기, 김용철, 김덕주 전 대법원장. 연합
1인 권력 대법원장(하)

 “다음 대법원장은 누가 된답니까?”

요즘 법원 안팎이 다음 대법원장 선임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기존 대법관 가운데 고른다’, ‘아무개가 정치권에 세게 ‘운동’하고 다닌다’, ‘재야에서 점령군이 들어온다.’ 판사들 사이에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무성하다. 누가 대법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공기가 달라져온 현실을 반영한 풍경이다.

대통령 임명권 견제장치 필요

대법원장은 대통령 마음대로?=헌법상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인물 가운데 대법원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제2공화국 때처럼 법관들의 선거로 대법원장을 뽑거나, 대법관회의에서 대법원장을 제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판사들 대부분은 “선거의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다, 상호견제를 통한 사법·입법·행정부의 균형을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쥐고 사법부를 흔들던 시대와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는 “대법원이 국민으로부터의 대표성을 갖추려면, 국회 동의나 대통령 임명 등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권을 남용할 위험성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을 임명할 때처럼 ‘대법원장 추천·자문위원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국회의 동의절차를 엄격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국가들은 내각의 자문을 받거나 제청기관의 제청을 받아 국가원수가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표 참조).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 분산을=법원의 소장판사들은 “대법원장의 ‘1인 권력’을 분산시켜야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사법부 독립’이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보다는 법관 개개인의 독립을 뜻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이 마음 먹기에 따라서 눈에 거슬리는 판사 수십 명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는 한 부장판사의 자조 섞인 설명처럼, 대법원장은 법원 안에서 ‘제왕’의 권한을 누린다.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 한해 10~15건의 사건을 다루는 것 외에, 법관, 법원공무원의 인사와 소송절차, 예산편성 등 사법행정의 전권을 쥐고 있다. 법관인사위원회와 대법관회의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민주적 통제장치의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한 소장판사는 “이런 집중구조가 법원의 관료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한을 대폭 각급 법원에 넘겨, ‘1인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행정 전권 집중…관료화 부채질
법관인사위·대법관회의 있으나마나
“대법관 제청권 다양성 위해 분산해야”

특히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에 대해서는, 외부의 비판도 많다. 대법원 내규에 정한 ‘제청자문위원회’가 자문기구에 불과하고, 혹시 대통령과 사전조율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대법원장이 사실상 대법원의 구성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법원장한테 ‘후한 점수’를 받아 법관승진의 마지막 단계인 대법관직에 오르기 위해 판사들끼리 경쟁하고, 대법원이 비슷비슷한 인물로만 채워지는 결과도 나온다. 그렇게 임명된 대법관과 대법원장 사이에 수직상하의 위계구조가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일부에서 “아예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을 없애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동일한 방식으로 임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제헌헌법에서처럼 법관 공동제청으로 대법관을 임명하자”고 제안하는 판사도 있다. 지난해 사법개혁위원회가 대법원 내규가 아닌 법률로 제청자문위원회를 실질화해서 임명제청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헌재 등 구성때도 자문기구 둬야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 등 다른 국가기관의 구성권한도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재판관 지명권한과 관련해, 한 소장판사는 “대법원장이 대법관에 지명되지 못한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지 못하도록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자문기구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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