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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이 짝도 내손으로” …‘헬리콥터맘’ 못말려

등록 2011-10-14 20:36수정 2011-10-14 22:11

“아이 짝도 내손으로” …‘헬리콥터맘’ 못말려
“아이 짝도 내손으로” …‘헬리콥터맘’ 못말려
입시·취업 넘어 결혼전략설명회까지…
정보업체 설명회장 ‘북적’
전략 놓칠라 꼼꼼히 메모
맞선 상대방 사전 파악도
14일 오전 결혼정보업체 ㄷ사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주최한 ‘자녀결혼전략 설명회’.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50~60대 여성 30여명이 몰려들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설명회 장소는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설명회에 나온 이 업체 직원은 “부모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존재여야 한다”며 “자녀의 입시나 취업에 쏟았던 열정으로 이제 결혼을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 꼼꼼히 메모를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어 마치 수험생 부모를 위한 입시전략 설명회 같았다. 34살 난 딸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송아무개(65)씨는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며 “정 안 되면 어렸을 때 공부 가르치듯 딱 앉혀놓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려 한다”고 말했다. 신아무개(57)씨는 “입시 끝나면 취업, 취업 끝나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 아들이 연애를 제대로 못했는데, 나라도 나서서 짝을 찾아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ㄷ사 관계자는 “오늘은 원래 20명이 정원인데, 100명 넘는 부모님들이 문의를 해왔다”며 “지난 8월부터 마케팅 차원에서 매주 전국적으로 무료설명회를 열고 있고, 매번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입시와 취업을 넘어 이제 자녀의 결혼까지 챙기려는 ‘헬리콥터맘’들이 늘고 있다. 헬리콥터맘이란 자녀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며 입시·취업 등 중요한 사안을 일일이 챙겨주는 엄마를 일컫는 말이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땐 숙제와 친구를, 중·고등학생일 땐 입시를, 대학을 졸업해서는 취업을 챙기던 헬리콥터맘들이 이젠 성인이 된 자녀의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데까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와 함께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성인 자녀들은 이제 낯선 존재가 아니다.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 관계자는 “여자들은 15~17%, 남자들은 7~8%가 부모와 함께 등록하러 온다”며 “자녀 몰래 부모가 와서 등록한 뒤 선을 보러 가기 직전에 통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 관계자는 “예전엔 주로 어머니들이 많이 나섰지만, 요즘은 딸 사랑 지극한 아버지들이 찾아와 등록하거나 상담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런 헬리콥터맘들은 자녀가 맞선을 보기 전에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상대방의 출신학교·직장·근무지·연봉과 집안의 경제력, 부모·형제의 학력과 직업 등의 신상 정보를 빠짐없이 파악한다. 일부 헬리콥터맘은 만남을 성사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녀가 만난 상대방에게 교제를 독려하는 사례까지 있다. 몇 달 전 친구한테서 소개팅을 주선받았다는 임아무개(33)씨는 “소개팅한 남자의 어머니라는 사람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해서는 ‘우리 애는 아가씨가 맘에 든다는데 잘 만나보라’고 해 정말 당황스러웠다”며 “마마보이인 것 같아 연락을 끊었는데, 최근까지도 그 어머니가 전화를 해오는 바람에 혼이 났다”고 말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지금까지 아이들의 출생, 입시, 취업까지 관여하며 ‘내 자식만은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계급재생산의 마지막 관문인 결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 헬리콥터맘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선희 김지훈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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